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담대한 계획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윤정현 부산가톨릭대 대학원 신학과 학과장
  •  |   입력 : 2024-10-01 19:29:4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청년 지인이 이 ‘사건’을 이야기 해 주었다. 지난 8월 5일 부산도시공사가 행복주택의 잔여세대 추가 모집을 했는데, 그 방식이 현장 방문 ‘선착순’이었다. 그래서 그 청년도 아침 8시께 신청하러 현장 방문을 했으나 이미 그 현장을 둘러싸고 1㎞ 이상 이어진 줄을 보고, 차를 돌려 집으로 되돌아 왔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탁상행정은 현장 신청자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국제신문 8월 5일자 ‘이 땡볕에 수천 명 줄 세우다니…분통 쏟아진 행복주택 접수’). 그리고 이 사건을 둘러싸고 연관된 전세사기에 대한 대응을 두고 한 칼럼은 “이 도시에서 행복주택은 선착순, 투자소득은 탈출순”이라고 일침을 놓았다(국제신문 8월 11일자 칼럼 청년의 소리 ‘행복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그 이후에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해주는 보도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난 여름, 그 뜨거운 땡볕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겠다고 현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은 정말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내 집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없는 사람들끼리 선착순으로 줄을 세우고, 그 마저도 무효이며, 청약일 마저 연장해서 변경하니, 울화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공사(公社)는 시민의 공공의 안녕을 위한 기업인데, 자기들 편한대로 행정을 진행하다니.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 사건에 대한 분통을 가라 앉히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을 천천히 바라보고자 한다. 객관적인 지표로 우리의 도시에는 이미 가구수보다 더 많은 주택이 있으며,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당한 수의 공실(空室)이 있다. 사회적인 지표로 수많은 청년이 비혼이나 미혼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 중에 ‘내 집 마련’이 어렵기 때문인 이가 많다.

현실적인 지표로 우리 도시는 초고령화 사회에 가장 빨리 도달했는데, 이는 청년이 이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지표들은 우리 도시가 암울한 도시가 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곧, 이 도시에는 집과 공실이 많지만, 내가 살 수 있는 ‘주택’은 없다. 혼인은 고사하고, 이 도시를 떠날 수 밖에….

여기서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이미 본가로부터 독립한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지만, 이 목표를 이룰 목돈이 없어서 월세 형태의 임대를 할 수 밖에 없다. 고맙게도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는 다양한 경로로 청년을 위한 많은 종류의 지원금을 제공하는데, 이 지원금은 그들에게 쌓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월세로라도 ‘내 집 마련’을 해야하는 청년들은 어떻게든 임대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을 위한 지원금은 임대업자의 수익으로 쌓인다. 청년을 위한 지원금이 청년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성 세대를 부양하는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이러한 자금의 흐름은 부동산의 거품을 연명하려는‘주택 계획’에 대한 임시방편임이 명확하다.

열심히 1980년대를 산 이들(60대 이상)은 고생하며 일한 만큼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인 듯 하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사라진 그 시절 이후, 오늘날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낙태하게 한 이들이기도 하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평균 임금으로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은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이 늦어지거나 포기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큰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닐까?

청년을 위한 지원금들은 우리 사회가 그들을 아끼고 있다는 최소한의 표시이다. 절박한 청년에게 이 지원금들은 큰 힘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지원금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부양 기금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 담대한 계획을 도모해야 한다.

‘주택’에 대한 청년의 부담이 사라질 방법은 없을까? 청년을 위한 지원금들의 개인적인 분출보다는 기금의 통합으로 행복주택을 더 많이 제공하면 어떨까? 여기에 시민과 사회의 재원이 추가되어 행복주택이 더 많이 공급된다면 암울한 도시의 이미지는 공생의 이미지로 변환될 것이다. 물론, 선정 방식은 여전히 문제가 되겠지만 그 문제보다는 훨씬 더 높은 시민의식을 신뢰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5. 5“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8. 8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6. 6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3. 3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7. 7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8. 8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