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던 알렉사 리리(23)에게 3년 전 비극이 닥쳤다. 사이클 훈련을 하다 동료와 충돌하는 바람에 뇌를 다친 것이다. 뼈가 여러 개 부러지고 폐에 구멍이 났다. 의사는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리리 부모는 절망하지 않았다. 사표를 내고 딸 옆에서 기도했다. 점쟁이는 “딸이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한다”며 리리 부모를 위로했다. 하늘도 감동한걸까. 의식을 되찾은 리리는 수영장을 찾았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주문을 외웠다. 9일 새벽 폐막한 파리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리리는 2관왕(자유형 100m와 혼성 혼계영 400m)에 올랐다. 점쟁이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나는 살아남아서 패럴림픽에 나섰다. 나는 매일 나를 칭찬한다”는 그의 소감은 울림이 크다.
브라질의 두스 산투스 가브레일 아라우주(22)는 패럴림픽이 낳은 최고 스타다. 그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나 양팔이 없다. 수영할 때는 머리로 터치패드를 찍는다. 두 팔을 쓰는 다른 선수와 달리 전신을 이용한 돌핀킥으로 추동력을 얻는다. 그에게 ‘로켓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자유형 200m와 배영 50·100m까지 3관왕에 오른 그는 “로켓은 날개가 없다. (두 팔이 없는 나도) 로켓처럼 빠르다”며 웃었다. 금메달보다 빛난 긍정의 힘이다.
태극전사들은 모두 불굴의 영웅이다.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김황태는 남자 트라이애슬론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양팔이 없어 물살이 센 센강을 배영으로 헤엄쳤다. 사이클은 의수를 끼고 완주했다. 육상 5㎞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경기보조인을 맡은 아내에게 달려가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고백이 있을까.
지상파 3사가 패럴림픽의 감동 서사를 소홀히 다룬 건 못내 아쉽다.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3사의 파리 패럴림픽 중계방송 시간은 하루 100분을 넘지 않았다. 패럴림픽이 홀대받는 이유 중 하나는 비장애인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대회’가 아니어서 중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 인구 비율이 15%대에 도달(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했는데 광고 수익이나 관심 부족을 이유로 패럴림픽 중계 확대를 꺼린다면 또 다른 차별이다. 다행히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장애인 스포츠 시청권 보장을 위해 ‘스포츠 기본법’ ‘스포츠산업 지원법’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한다. 사회적 포용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하길 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이노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