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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패러다임 전환

  •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   입력 : 2024-08-22 19:03:0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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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이라는 영어 단어는 고대 희랍어 ‘paradeigma(모델 선례 패턴)’에서 유래한다. 미국의 과학철학자 토마스 쿤이 1962년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펴내면서 유명해졌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과 이론, 가치관이 결합된 총체적 틀이다. 과학혁명이 일어나면 한 시대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쟁 관계였던 패러다임이 급부상해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다.

최근의 전기자동차 화재,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을 보면서 60여 년 전 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는 130년 이상 군림하던 자동차의 대명사인 내연차를 대체한다. 전기차 전환은 동력 기관인 내연기관이 배터리와 모터로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전·후방 산업, 안전 규제, 보험 산업 등 자동차와 관계 있는 모든 것이 바뀐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IT 기기’라고도 불리지 않는가.

특히 내연차를 규제하던 법률과 관습을 바꾸지 않고서는 전기차 화재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화재 진압 해법, 자동차간 주차 간격, 보험 등은 물론 우리의 주거 방식도 재검토 할 시점이다. 초고층 아파트와 같은 초밀집 주거 방식을 선호하면서 안전하기를 바라기는 지나친 것 아닐까. 초고층 아파트에 주차된 수백대 중 한 대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인 사례가 최근 있었다.

감염병 대응 방식도 근원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일으킨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5년 전 급부상했던 ‘코로나-19(COVID-19)’는 변이에 변이를 거듭, 지금도 맹위를 떨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로부터 인간으로의 전염이 원인이라는 견해가 많다. 현대는 어느 시대 못지 않게 동물과 가까운 시대다. 코로나 바이러스 또는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 창궐은 ‘명약관화’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이 모르는 바이러스 종류는 170만 종을 넘는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사람 간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고 한다. 그러니 수도권 초밀집, 비수도권 소멸을 방관하는 정책 당국의 사고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오답’임에 분명하다. 감염병 대응 체계 재정비, 응급 환자 진료 체계 재수립 등 의료·보건 정책, 국토 개발 정책, 외교 정책 등 의료·보건 시스템을 포함한 국가의 거의 모든 정책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정책당국만 기존 패턴대로 안주한다면 과연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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