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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토론회 오른쪽 연단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06-25 19:41:2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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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회찬 국회의원에게는 본질을 꿰뚫으면서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촌철살인 어록이 많다. 2004년 17대 총선 직전 지상파방송 토론회에서 제기한 ‘삼겹살 불판론’이 특히 유명하다.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출연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공격하면서 했던 말이다. “50년 같은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꺼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10석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하는 밑거름이 됐다.

토론은 말을 잘한다고, 공격에 능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말싸움에선 이겼을지 몰라도 시청자에겐 그저 싸움닭으로 비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를 떨어뜨리러 왔다”고 날을 세웠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그랬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던 미국 선거전에서 누가 봐도 TV토론 승자는 힐러리였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책역량 못지 않게 말투 외모 제스처 같은 비본질적 요소도 유권자 호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미국에서 47대 대통령을 뽑기 위한 토론회가 27일(현지시간) 열린다.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간, 미 역사상 첫 전현직 대통령의 맞짱 토론이다. 양측은 토론에 앞서 신사협정을 맺었다. 발언 순서가 아닐 때는 마이크 꺼두기, 준비물은 펜 메모장 물로 한정하기, 중간에 참모 접촉 않기 등이다. 토론은 90분간 스탠딩으로 진행된다. 연단의 위치는 동전 던지기로 정했는데, 선택권을 먼저 따낸 바이든은 TV 화면상 오른쪽을 골랐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오른쪽에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유다. 지난번에도 오른쪽이었다. 승리를 위한 집착이다.

일반적인 자리 배치에서 상석은 왼쪽(방청석에서 연단을 향하는 기준)이다. 국가간 정상이 만날 때도 손님을 왼쪽에 앉히는 게 외교 관례다. 바이든은 일단 이런 관행과 상관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전설로 남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1960년 1차 TV 토론을 보면 케네디가 왼쪽, 닉슨이 오른쪽에 있다. 흑백 화면인데도 검은색 수트로 강한 보색 대비를 이룬 케네디는 젊고 자신감이 있는 반면, 닉슨은 초췌하다. 이 선거의 결과는 이미 우리가 아는 바다. 우리나라에서도 말발이라면 뒤지지 않을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토론회가 곧 열린다. 당원이나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연단의 위치 말고도 토론의 승부를 결정하는 요소는 너무 많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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