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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형사님! 저는 정당방위입니다

빈성재 마산중부경찰서 형사과장

  • 빈성재 마산중부경찰서 형사과장
  •  |   입력 : 2024-05-30 19:39:1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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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형법 제21조에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서 형사과에 접수되는 사건 중 가장 흔하고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가 폭행죄(상해죄)입니다. 112 신고로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으로부터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돼 형사당직실로 인계되거나, 이전에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접수된 고소나 진정 사건을 수사해 보면 일방 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조사 과정에서 진정인이나 고소인은 “형사님. 억울합니다. 저는 멱살만 잡고 밀치기만 했다고요”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하거나 자신의 사소한 행위도 폭행이 되느냐고 묻곤 합니다. ‘싸움의 경우는 서로가 방위 의사가 아닌 공격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상호 간의 침해를 유발한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폭행에 대해 소극적인 방어 수단이나 저항으로서의 폭행, 예를 들면 강제 연행을 모면하기 위해 가슴을 잡고 벽으로 민 행위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멱살을 잡은 행위, 주취자가 거실로 들어오려 하는 것을 제지하며 밀쳐 약간 상해를 입은 정도는 사회 상규상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경찰에서 정당방위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6가지 요건을 살펴보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침해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것, 침해행위가 저지되거나 종료된 후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위법하게 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폭력행위의 수단이 침해행위의 방위에 필요한 범위 내일 것, 상대방이 침해하려는 법익보다 방위행위로 침해한 법익이 현저히 크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폭력행위가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는 정당방위로 보지만,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라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으면 정당방위로 보고 있습니다.

수사관들의 법적 마인드와 경찰청에서 제시한 엄격한 기준으로 쌍방 폭행으로 결론 지어진 사건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그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시민에게 보여준다면 “저 상황에서 먼저 도발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저 정도면 정당방위 아니냐”며 아마도 대부분은 사건을 담당한 형사보다 정당방위를 넓게 해석할 것입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물론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이며, 비이성적인 폭력에 맞서 싸운 행위는 단순 폭행과는 반드시 구별돼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현재 경찰은 정당방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이웃을 위해 행사한 정당한 방어 행위를 자칫 좁게 해석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불의를 봐도 못 본 척하게 만드는 사회 풍토를 조장하지는 않는지, 인색한 정당방위 판단으로 인해 용기 없는 사회나 비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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