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과학계의 스승과 제자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  |   입력 : 2024-05-13 19:54:5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하버드대학의 치명적 화학(Lethal Chemistry at Harvard)’은 1998년 11월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당시 하버드대학 화학과 박사과정생이던 제이슨 알톰이 실험실의 독극물을 마시고 죽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본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를 적어놓은 메모에는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삶에 너무나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지도교수는 화학계의 거장이던 엘리야스 제임스 코리 교수였는데, 동료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제이슨은 존경하는 스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압박감으로 숨을 쉴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코리 교수는 MIT에서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1990년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화학자다. 역합성분석(Retrosynthetic analysis)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하면서 자연에 존재하는 유용한 물질들의 복잡한 구조를 실험실에서 만들어 낼 수 있게 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워낙 거장이다 보니 그의 연구실을 거쳐 간 대학원생과 연구원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고, 이들의 연구 업적도 어마어마하다. 항암제 택솔의 완전 합성을 실현한 니콜라우 교수와 2017년 저명 학술지 네이처 발표 올해의 10대 인물 중 하나인 데이비드 리우 하버드대 교수를 포함하는 그의 많은 제자는 본인들 프로필에 자랑스럽게 코리 교수의 제자임을 드러낸다. 제자들에게 탁월한 과학적 지식과 연구 역량을 전수해 주고, 연구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이 스승으로 해야 할 역할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시절이다. 코리 교수는 제이슨에게 과학자로서 애정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의 심리적인 어려움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사망한 제이슨이 시작한 연구는 동료들이 완성하면서 제이슨에게 헌정되는 논문으로 저명한 화학 학술지 JACS에 발표됐다.

제이슨 알톰의 사망은 대학원 연구실 문화의 문제를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단순히 누군가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인 조사와 대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주목된다. 당시 화학과 학과장이던 제임스 앤더슨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삶에 대한 학과 차원의 역할을 찾기 위해 학생들과 소통을 한 결과 심리 상담 서비스 제공 및 의료비 상환펀드(Health Reimbursement Fund) 조성과 같은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2024년 현재 약 53만 달러가 펀드에 적립돼 있다고 한다. 또한, 세 명의 지도교수 체계를 도입해 학생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는 학문적, 인간적으로 안정적인 지도를 받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원 연구 환경에서 멘토로서 지도교수의 역할이 강조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본인의 연구를 이어가는 열정에 더해 다음 세대 과학자들을 양성하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리는 과학멘토상(Nature awards for mentoring in science)이 2005년부터 네이처 학술지에 제정된 것 또한 이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의 연속성이라는 과학의 특성상 이어달리기를 하듯 학문적 지식과 영감을 전달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리 퀴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만과 같은 거장들도 누군가의 제자였고, 누군가의 스승이었다. 성공적인 사제관계에는 공통적으로 학문적인 성장에 더해 제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격려해 온 점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제자의 인격과 심리적 발전을 돕는 역할도 포함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에는 국내 이공계 대학원 신입생이 현재의 85%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이공계 활성화 대책을 위한 태스크 포스를 발족하고 과학기술 예산 증액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들의 연구생활자금을 지원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 제도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학은 스승과 제자 간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발전하기에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배려하는 멘토 문화 조성을 위한 지원이 더 시급한 것은 아닐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4. 4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5. 5“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8. 8[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사설]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9. 9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6. 6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3. 3‘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