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이 22대 국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으르렁댄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의결을 할 때 234표 찬성이 나왔다”고 경고했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탄핵 정국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야의 의회 독재에 맞서겠다”고 전의를 다진다. 21대 국회의 ‘정치 실종’을 지켜본 국민은 걱정이 크다.
 |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지난 11일 대통령실 인근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두 원내대표 앞에 놓인 쟁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첫 관문이다. 당장 범야권은 지난 11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고, 초선 당선인들은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29일까지 재의결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나쁜 선동” “입법 권력의 폭주”라고 비판하면서 여론전에 나섰다. 원내 사령탑들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극한 대립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22대 첫 임시회(6월) 처리를 벼르는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법률안도 갈등이 첨예하다. 야권은 여기에 더해 기소청 신설(검찰 개혁)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 재발의를 예고했다. 하나 하나가 지뢰밭이다. 우려대로 대화를 포기하고 협치의 싹을 자르는 순간 국민은 4년 더 입법 강행→거부권 행사→국회 재의결이 반복되는 ‘막장정치’를 봐야 한다.
국회 원구성 역시 안갯속이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독식은 당연하고 법사위원장 야당 배분 관행도 지킬 수 없다고 한다. 108석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발해 국회를 보이콧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의장 선거는 더 난맥상이다. 후보 모두 친명(친이재명)계 표심을 얻으려 선명성 경쟁을 펼친다. ‘국회의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는 후보도 있다. 중재 의무를 포기하고 ‘승자 독식 정치’에 앞장서겠다는 건가. 정쟁의 피해는 국민 몫이다. 산업계 요구가 큰 AI기본법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은 표류 중이다. 균형발전을 앞당길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 통과나 산업은행법 개정(부산 이전) 역시 물거품 직전이다. 입법을 미루는 국회는 존재가치가 없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합의 처리로 고개를 내밀던 협치 기대감을 걷어차선 안 된다. 하나씩 양보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정치다. 야당이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 역시 여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장 60% 이상이 찬성하는 채 상병 특검범에 대한 재의 요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20표 정도 이탈표가 생긴다면 그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 건가. 우리 앞에는 고물가부터 의료개혁·저출생·연금개혁까지 국가적 난제가 산더미다.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이 없다. 여야 원내대표는 모두가 사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소통 채널 복원이 그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