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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불법도박 중고생 총책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4-22 19:04:1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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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카르다노는 도박을 즐겼다. 그는 도박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40년간 노름에 빠졌다. 파스칼과 페르마는 주사위 도박을 하다가 중단됐을 때 상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다가 확률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항정리’와 ‘파스칼의 삼각형’ 등 수학 기법이 동원됐다. 확률로 보면 도박에서 최후의 승자는 도박장을 열어 수수료를 챙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잊게 된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최근 도박장소 개설 및 도박 혐의 등으로 11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성인 총책 1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억1300만 원을 송금받아 이용자들에게 룰렛 바카라 등 도박에 베팅하도록 했다. 주범 16명 중 13명이 중고교생이라는 점은 충격이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2명은 온라인메신저 ‘디스코드’ 메신저 안에 서버를 설치하고 자신들이 만든 도박 프로그램을 연계했다. 이들이 또래 친구를 채용해 서버 개발과 채팅 관리를 맡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동안 온라인 불법도박 범죄자들이 회원 모집책으로 중고교생을 고용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도박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총책이 중고교생인 경우는 드물었다. 이들은 또래 친구를 도박에 끌어들였다. 경찰에 검거된 이용자 중에는 초등학생도 1명 포함됐다. 특히 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못해 정신병원에 입원한 학생도 있다.

온라인 불법도박이 교실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청소년 사범, 중독환자가 모두 증가세다. 청소년들이 도박을 처음 경험하는 평균 나이는 11.3세(여성가족부 2023년 조사)다. 청소년 도박중독 치료 환자 수는 2017년 39명에서 2023년 8월 기준 11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아이들은 친구 권유나 공짜 웹툰·드라마를 보려고 접속한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호기심에 배너 광고를 눌렀다가 도박을 시작한다. 사이버 도박이 모바일 게임과 유사해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무는 것도 문제다. 도박에 중독된 아이가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대거나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잦다. 청소년의 뇌는 어른보다 자극 발화점이 낮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더 많이, 더 자주 분비해 중독에 더 취약하다는 의미다. 정부와 학교가 경각심을 가지고 청소년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또 아이들의 도박 중독 예방 및 치료에도 힘써야 하겠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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