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PK) 40석 중 34석을 차지했다. 초접전지인 낙동강벨트 선전을 발판 삼아 4년 전보다 2석 더 늘렸다. 범야권이 192석을 휩쓴 전국 판세와는 확실히 다르다. 부산 개표 결과는 더 예상 밖이다. 여당의 18석 중 17석 석권을 예상한 여론조사는 없었다. ‘최대 9석’을 목표했던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의석(3석)조차 지키지 못했다. 현역의원 3명 중 전재수(북갑) 후보만 생환했다. 민심이 ‘정권 심판론’ 대신 ‘야당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당 체제’를 구축한 국민의힘은 권력에 취할 때가 아니다. PK 발전을 위해 짊어져야 할 무게는 더 커졌다.
 |
|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4.10 총선 후보자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여당의 PK 승리 원동력은 유권자의 견제심리 발동이 꼽힌다. 야권의 ‘개헌’ ‘김건희 특검’ 추진 시사는 부산에선 보수층의 위기감을 불렀다. ‘범야권 200석’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여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야당 독주를 걱정했다는 해석이다. 부산에서도 선거 운동 초반에는 파란 물결이 거셌다. 부산진·연제와 해운대·남·수영까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가 쏟아졌다. 보수표는 투표일을 앞두고 결집했다. 야권 단일후보인 진보당 노정현(부산 연제) 후보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다 개표에서 역전당했다. 보수 후보가 양분된 수영에서는 막판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했다. 조국혁신당(22.47%)이 부산에서 범야권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20.84%)을 앞선 것도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부산 민심은 전략적 투표를 하면서도 현명했다. 여당에 힘을 싣기는 했으나 야당이 재기할 공간은 열어줬다. 과거와 달리 낙선한 부산 후보들은 41~49%를 득표했다. 부산 사하갑 최인호 후보는 693표차 박빙 승부를 펼쳤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가진 후보는 여야를 떠나 당선장을 손에 쥐어줄 수 있다는 신호를 유권자들이 발신한 것이다. 여성 후보 3명이 부산에서 당선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김희정(연제) 김미애(해운대을) 서지영(동래) 당선인은 남성이 86%를 차지(지역구)하는 국회에서 저출생 극복 정책과 양성 평등 확산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책무를 안게 됐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권력 독점에 따른 폐해가 우려되는 건 당연하다. 부산시장 부산시의회와 16개 기초단체장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장악하면서 부산 정치 지형은 보수가 판치던 20년 전으로 물러섰다. 이제 정부여당이 부산 발전의 성과를 보여야 할 차례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조성특별법 제정부터 산업은행 부산 이전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해 유권자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야권에선 3선에 성공한 전재수 의원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정치력을 발휘해 PK 이해를 대변한다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야당 공약인 광역교통망 확대·철도 지하화와 수출입은행 유치를 차근차근 실현하면 수권 세력으로 인정받는 날이 그리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