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특성상 내가 하는 모든 여행의 테마는 ‘음식’이다. 20년 동안 세계 여러 도시를 오로지 음식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음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다 보면 나만의 여행 방법이 하나둘 축적되기 마련이다. 호텔의 ‘조식뷔페’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중 하나다. 대신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이른 아침부터 영업하는 음식점을 찾는다. 세계 어느 지역이든 그들이 아침 식사로 먹는 음식은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메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텔 조식뷔페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낯선 도시의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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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북어 해장국 차림. |
이렇게 세계 여러 도시의 아침 식사를 경험하다 보니 한가지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식의 수준이 높고 외식업의 경쟁력이 큰 도시일수록 아침 식사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천 수도 교토시다. 교토는 연간 5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교토는 엄청난 관광자원 못지않게 미식과 외식업의 수준 역시 일본 최고 수준이다. 이런 교토에서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조식 전문 음식점의 증가다. 바야흐로 교통에서는 ‘조식전쟁’이 한창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식 ‘아침 정식’이 하나의 정형화된 구조로 완성되어 있다. 밥과 된장국을 중심에 놓고 생선구이 낫토 계란말이, 그리고 두어 가지 밑반찬을 곁들이는 구조다. 된장국이나 생선의 종류가 다를 뿐 일본 어디를 가건 비슷한 형식의 아침 정식을 만날 수 있다. 교토는 여기에 한가지 요소를 더 가지고 있다. 교토의 전통적인 채소를 이용해 교토식으로 조리한 모든 반찬을 통틀어 ‘오반자이’라고 한다. 교토 사람들은 오반자이야 말로 교토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라 주장한다.
교토의 조식은 일본의 전통적인 아침상에 반드시 교토의 오반자이를 결합한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아침상을 일컬어 ‘교토식 아침정식’이라고 한다. 요즘 교토에서 교토식 아침 정식을 선보이는 음식점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조식전쟁’이 한창인 셈이다. 이 전쟁에는 특급 호텔이나 고급 료칸에서부터 서민적인 음식점, 심지어 단체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품회사까지 참전하고 있다. 1인당 식사비가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한 곳이 있는가 하면 7, 8만 원 정도로 아주 비싼 곳까지 다양하다. 덕분에 도쿄의 아침은 풍성하고 다채롭다. 개성 넘치는 교토식 아침 정식을 경험하는 것은 교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당연히 이 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쁜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탕반’ 문화와 해장 문화가 결합 되어 국이 중심인 차림이 대부분이다.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무교동북어국집’은 일본과 중국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한국 여행 안내서에 반드시 실리는 곳이다. 부드러운 감칠맛과 개운함을 두루 갖춘 북어 해장국은 특히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른 아침 ‘무교동북어국집’을 가면 해장이 목적인 인근의 직장인과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긴 행렬을 이루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부산도 대구탕과 돼지국밥 등 부산만의 아침 메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여행은 유행처럼 번지는 하나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부산도 곧 다가올 ‘조식전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