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학회에 참석했다가 Chat GPT 시연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시어 하나에 곧바로 논문이 완성되고 그림과 사진까지 만들어 지는 것을 보니 이제 정말 대변혁, 대변화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인공지능(AI)은 의료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전설적인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는 이미 십여년 전에 “지금의 헬스케어와 의료는 주술과 같으며, 앞으로 의사의 80%가 닥터 알고리즘, 즉 AI에 그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인간 의사의 몰락을 전망했다. 반면 “현재 직업의 절반은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지겠지만 의사는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낮은 직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는 영화 ‘매트릭스’의 홍보 문구처럼 우리는 대변혁의 중심에 서있다. 미래 의료의 변화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의학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는 P4 의학(P4 Medicine)이다. 생명과학자인 리로드 후드 박사가 제창한 말로 P4란,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ersonalized(개인맞춤)’ ‘Participatory(참여의학)’를 의미한다. 즉 미래의학은 대응적 질병치료 중심에서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건강향상 모형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의 의학은 대체로 질병이 발생한 후에 진단과 치료에 나선다. 이 ‘대응적’ 모형은 인구집단의 질병 발생 확률에 기반한다. 집단적 예방이나 의료 수요 예측은 어렵다. 반면 맞춤의학에서는 개개인의 고유한 정보를 분석하고 개인별, 질환별 발생 확률을 계산하여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선제적 조치를 설계하고 적용한다.
이미 상용화 된 유전자 해석 서비스는 엄청난 양의 개인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 빅 데이터 처리 기술로 분석한다. 이러한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암과 심장병 등 대부분 질환의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예측한다. 인공지능이 가장 최신의 연구자료를 근거로 환자의 유전정보, 과거 병력 등을 분석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리면 인간 의사의 처방이 확정된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 따르면 인류는 2045년 전후에 ‘특이점’을 맞을 것이다. 여기서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속화되어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 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의 출현을 의미한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를 고려 할 때, 2040년께면 특이점이 등장하며 이후 인류는 인공지능에 의해 멸종하거나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훨씬 긴 수명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2015년 타임지 2월호는 당시 출생한 신생아들이 면역 억제제의 일종인 라파마이신의 도움으로 142세의 평균 수명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연구중인 텔로미어(telomere)처리 기술을 활용한 노화방지 기술, 인체 냉동·해동 기술, 인간의 마음을 데이터화 하는 마인드 업로딩 기술 등은 인간의 수명을 극적으로 늘리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사실 앞으로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상상 이상일수도 있고, 의외로 현재 의료나 의학이 다행히(?) 상당 부분 거의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이 의료에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검사만 하면 자동으로 진단 및 치료 방향이 나오는 기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은 내가 맞다는 근거 없는 착각을 하고 싶지만 인간의사가 의료 데이터의 처리나 의료지식의 축적에서 AI의사를 능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AI에게 없는 감성이 있다. 어떻게 미래의학에 대비해야 할까? 미래에는 AI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의료의 주체가 될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프로그램은 환자가 자신의 의무기록을 모두 열람할 수 있다. 이미 환자들이 자신의 기록을 보고 검사결과나 치료 방침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다. 환자의 치료나 임상연구에 의료뿐만 아니라 윤리·철학적 문제가 가장 많이 생길 것이므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뇌에 삽입되는 칩이나 생명의 복제는 이미 의료의 선을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