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제주도에서 예멘인 500여 명이 대거 난민을 신청했다. 내전을 피해 한국까지 온 것이다. 당시 제주도는 무사증(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었다.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빗발쳤다. 종교 선입견이 컸지만 잠재적 저임금 노동자라는 반감도 적잖이 작용했다. 결국 난민 인정은 3명에 그쳤고 대부분 인도적 체류만 허가됐다. 국적이나 신분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드러낸 사건이다.
외국인 기피증으로 유명한 나라가 일본이다. 폐쇄성 혹은 순혈주의는 섬나라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쇄국정책을 취해왔다. 막부시대 나라의 경계는 바다 건너 저편이 아니라 영주가 통치하는 번(藩)이었다. 자신이 속한 번을 떠나면 주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민담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나 요괴는 무의식 중에 드러낸 이방인을 향한 공포 혹은 혐오인 셈이다. 그런 일본인들이 에도만 우라가항 앞바다에 미국인 매슈 페리 제독이 검은 증기선 4척을 끌고 나타났을 때 혼비백산해 이뤄낸 게 메이지 유신이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운용하는 특정기능 체류자격 인원을 대폭 늘리려고 한다. 향후 5년간 수용 인원을 최대 82만 명으로 제시하는 안을 만들어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 2019년 제도 시작 당시 설정한 규모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정기능 체류자격은 돌봄 청소 숙박 외식 농·어업 등 12개 분야 일자리를 외국인에게 개방하면서 도입한 제도로, 5년마다 인원을 정한다.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 수는 10년 전부터 급증해 현재는 200만 명에 가깝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외국인 수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간병비 절감을 위해 외국인 고용 허가 직종에 돌봄을 추가하고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상체계를 만들자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최근 논란을 일으켰다. 저비용으로 노동력을 조달하려는 정책 제언이 차별 논쟁으로 비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증거일 것이다. 행정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외국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데 동의한다’(45.9%)는 ‘동의하지 않는다’(25.4%)보다 훨씬 많았다. 예멘 난민 때와는 달라진 양상이다.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마다 인구 정체 혹은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으로 해결하려고 난리다. 생활수준 유지를 향한 갈망이 외국인 기피 정서를 허물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단일민족 자부심이 유난히 강한 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