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영남알프스 완등과 등산의 목적

영축산·간월산 등 8개 봉, 완등 인증 땐 은메달 제공

등산로 훼손 등 부작용 커…왜 산에 가는지 고민 필요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24-03-03 19:52:36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등반에서는 싸우는 상대도 없고, 심판도 있을 수 없다. 단지 나 자신과의 싸움이 있을 뿐이다.”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등반 업적을 기려 명예 은메달을 수여하려 하자 그가 이를 거절하며 한 말이다. 그는 1986년에 히말라야 8000m 14개 봉을 인류 최초로 완등했다.

메스너는 메달을 거절하며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포츠와 달리 경쟁이나 심판 같은 요소가 없는 알피니즘의 본질을 내세우며 등산은 경쟁의 대상이 아닌 무상의 행위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등산이라는 행위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의지다. 그런데 지금은 보편화한 국제적인 등반 경기가 마침 이즈음에 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아이러니다.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산꾼들의 사랑을 받는 영남알프스가 수년간 연초마다 북새통을 이루며 입길에 오른다. 등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영남알프스 완등’ 이벤트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는 영남 남동부 지역에 솟은 해발 1000m 안팎의 여러 산을 품은 산군이다. 2021년 울산 울주군이 시작해 지역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평가받는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사업’은 지난해까지 영남알프스의 해발 1000m를 넘는 9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면 해마다 다른 완등 기념 은메달을 준다. 첫해 가지산을 시작으로 2022년 간월산, 2023년 신불산, 올해는 영축산을 주제로 만든다. 사업은 올해부터는 문복산을 제외한 8개 봉을 대상으로 한다.

가지산과 운문산 등 산림청 선정 한국 100대 명산을 여럿 품은 영남알프스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 사업은 부울경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등산 동호인들의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첫해 밀려드는 완등자를 감당하지 못한 울주군이 추경을 통해 간신히 예산을 확보해 기념품을 제작할 정도였다. 이후 비용을 줄인 은메달로 바꾸고 인원을 제한하자 한정된 수의 기념 메달을 받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며 초창기 드러난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졌다. 과열 경쟁 탓에 연초 대상 산의 최단 등정 코스 기점마다 주차난으로 애꿎은 지역 주민이 곤욕을 치른다. 같은 코스에 인원이 몰리면서 등산로 훼손과 쓰레기 투기 문제까지 불거진다. 혹한기에 다른 이들보다 먼저 인증을 마치려는 욕심에 무리한 산행을 하다 보니 사고도 는다. 최근 5년간 영남알프스 일대를 포함한 울산 지역 산악 사고가 62% 정도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완등을 위해 전국에서 영남알프스를 찾고는 있으나 애초 지자체가 내세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현재 동호인들의 완등 방식을 보면 잘 나타난다. 모든 이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역 산악회에서 단체로 버스를 이용해 현재 하루 3개 봉 이내라는 제한에 맞춰 새벽부터 바쁘게 하루 3봉 등정을 마친 뒤 곧바로 해당 지역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흔하다. 지역 업체나 언양시장 상가의 매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올해만도 15억 원이 넘게 투입되는 예산을 뛰어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두는지는 면밀하게 검토해 봐야 할 일이다.

올해 주민 항의 등의 이유로 제외된 문복산의 경우 사실 울주군과는 3㎞ 이상 떨어져 경북 청도군과 경주시의 경계를 이룬다. 청도군과 경남 밀양시의 경계에 솟은 운문산과는 더 떨어졌다. 통상 영남알프스는 경남 양산시와 밀양시, 울산 울주군, 경북 청도군, 경주시의 3개 시·도, 5개 시·군에 걸친 산군을 일컫는다. 어느 한 기초자치단체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두 지자체가 정상을 맞대는 일이 흔하다. 완등에 참여한 전국의 등산 동호인들은 그런 지역 구분을 생각 않고 가장 짧고 가장 빠르게 정상을 오르는 길을 찾는다. 그 때문에 이웃 지자체 간 갈등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과열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사업은 등산의 본질적인 요소인 자연과 사람을 뒷전으로 밀어낸다. 오로지 완등 메달을 목적으로 가장 짧고 가장 빠른 길로 정상만을 바라보고 오른다면 이는 지난해 작고한 김영도 전 한국등산연구소장이 말한 ‘노동으로서의 등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전에 기회 닿을 때마다 젊은 산악인들에게 등반할 때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몰되지 말라고 당부했다. “‘왜 산에 가는지’에 관한 고민이 빠진다면 이는 미완성의 등산”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많은 이가 산을 오른다. 건강을 위해서, 나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정을 나누기 위해, 세상 사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그 목적은 산을 오르는 이의 수만큼 다양해 저마다 다른 목적과 목표를 지니며 산을 찾는다. 하지만 그 목표가 남보다 빨리 올라 메달을 손에 넣는 것이라면 스스로 산에 오르는 목적을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9. 9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10. 10캐릭터로 동심 공략하고, 어른 향수도 자극하고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7. 7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