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어제 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에게 10대 정책을 제안했다. 국가 장래를 위해 필요한 ‘가치’나 21대 국회가 미뤄둔 입법과제를 정리해 제시한 것이다. 정치권의 장밋빛 공약과 달리 시민사회 의제는 실현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숙의할 가치도 상당하다. 장낙·대저·엄궁대교 건설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인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요구가 대표적이다. 청년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확대는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서둘러 검토해야 할 이슈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의제도 있다. 노후 원자력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는 윤석열 정부 정책과 충돌한다. 유권자와 후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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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제22대 총선 의제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시의회 제공 |
선거가 미래를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라는 점에서 이날 시민단체의 정책 발표는 시의적절하다. 부산항만공사(BPA)의 자율성 강화 요구는 특히 눈에 띈다. BPA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이다. 매년 순이익의 30~40% 배당금을 정부에 귀속하는 바람에 지역사회 공헌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BPA 자치권을 강화해 공생 모델을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10대 의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30년 이상 공동주택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 반대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재검토가 포함됐다. 모두 수도권 과밀화를 심화한다고 비판받은 정책들이다. 산업은행법 개정(부산 이전)은 차기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이슈다. 부산YWCA가 제안한 ‘재생에너지로 전환’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생활밀착형인 부전~마산선 광역철도화는 정치권이 관심 둘만 하다. 올해 12월 개통 예정인 부전~마산선 운행 시간은 90분당 한 대다. 동해선처럼 부산도시철도 대체재 역할을 하려면 운행 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부산권 후보들이 공약하면 여론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장을 대충 둘러보고 데이터를 조작해 난개발에 면죄부를 준 사례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저대교만 해도 환경영향평가 대행사가 큰고니 서식지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착공이 7년간 지연됐다. 여야 후보들은 “환경영향평가 이력관리 시스템 도입과 책임자 처벌 강화를 통해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진지하게 응답할 의무가 있다.
우리 삶을 바꾸는 큰 동력 중 하나는 정부 정책이다.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하는 순간 정책이 모습을 갖춘다. 현실은 안타깝게 비전 대결보다 네거티브 공방만 넘친다. 이래선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만 커진다. 이날 여야가 동물복지기본법 제정을 골자로 한 반려동물 공약(더불어민주당)과 취약계층 문화예술 관람기회 확대 및 암표 근절이 핵심인 문화공약(국민의힘)을 내놓은 건 다행이다. 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이 민생을 다독이고 미래를 설계하는 전망적 투표의 물꼬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