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좀 생뚱맞게 진행된다. 총선은 정치권이 지난 4년간 행한 실적에 대한 심판이다.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이다. 주로 여당은 심판을 두려워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강도가 세면 미래를 야당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이유이다. 이른바 ‘회고적 투표’로 가는 야당의 공세에 여당은 집권기 정부의 실적과 비전을 제시하는 ‘전망적 투표’로 대응하는 것이 종전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야당 심판론으로 맞선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능정권’이라는 공격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역공한다. 과거에도 이런 식의 정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선이 한달 여 남은 상황에서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공약을 내놓지 않은 현실은 생소하다. 선거관리위원회의‘ 22대 국회의원선거 홈페이지’에서도 여야의 총선 공약은 찾을 수 없다. 정당별 ‘정책 공약’을 누르면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당정책’이 뜬다. 22대 총선은 정책 경쟁이 완벽하게 실종된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왜 이렇게 됐나. 정치권이 내부 권력투쟁에 눈이 먼 탓이다. 이른바 공천 전쟁이다. 과거에도 공천학살이니, 사천파동이니 하는 소용돌이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래도 할 일은 했다.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고 여야간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말한다. 과학기술계 경제계 학계 의료계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된소리가 계속된다.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정치권만 ‘태평성대’를 누리는 듯 하다.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로 첫 손 꼽히는 게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이다. 지방소멸을 말하지만 종국에는 국가소멸이다. 지방과 수도권의 소멸은 그저 시차의 문제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불합리와 모순의 총합이 얽힌 난제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내놓은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는 수도권 초집중으로 인한 경쟁압력과 불안이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연기나 포기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OECD 국가 가운데 수도권 집중이 가장 높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이유로 분석됐다. 해법은 역시 균형발전이다. 보고서는 비(非)수도권 거점도시에 산업과 인프라를 몰아주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22일 국회에서 여야 정책위의장이 공동주최하고 (사)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과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이 공동주관한 22대 총선 지역정책 토론회에서 박상수 KILF 선임연구위원이 낸 제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지방주도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지방정부의 자주재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가 저출생 고령화와 지방소멸에 대응해 복지와 지역 균형발전 투자를 확대하려면 지방소득·소비세 확대, 지역균형발전교부금 신설 등 자주재원을 늘려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강조한 수도권 초집중을 해소하고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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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으로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지방분권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지난 19일 전남 여수에서 22대 총선 9대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 공약을 제시할 것을 여야에 촉구했다. 제시한 공약에는 인구균형발전부와 대통령 지방시대기획관 신설, 메가시티 구축 등 분권형 국정운영체계 추진, 2차공공기관 이전 조속 시행, 독립적 자치경찰제 실행 등을 담았다. 균형발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개헌국민연대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예 지역대표형 상원제를 도입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것 정치권에 요구했다. 인구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현실에서 인구비례로 구성하는 단원제 국회로는 지방의 요구를 국정에 담는 것이 불가능한 정치구조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 300석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121석이다. 비례대표가 거의 수도권 기반의 후보들로 채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도권 의원이 과반을 넘는 169석이다. 더욱이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인구 증가로 늘어나고 비수도권 의석은 줄어드는 현실에서 당연한 요구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정책안을 정당이 수용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공약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에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특히 그것이 한국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를 푸는 해법으로 제시됐다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총선은 정치인들이 4년짜리 직장을 구하는 면접과정이 아니다. 선거 때만 ‘머슴’이라고 엎드린뒤 4년간 군림하는 ‘독재자’를 뽑는 과정은 더더욱 아니다. 일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그 일을 하는 기회를 얻는 과정일 뿐이다. 뭘 할 지를 내놓지 않으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손균근 서울본부 마케팅국장·㈔한국지역언론인클럽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