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곧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될 것 같다. 수영구가 논의를 시작했고, 그 결과에 따라 부산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달 이틀을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이로 인해 부산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2, 4주 일요일 쉬고 있다. 다만 이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평일전환은 가능해 최근 대구 청주 서울 서초구 등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대형마트 휴일 휴업에 대한 소비자 불편과 후생 감소에 대한 민의가 반영된 결과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경쟁 관계로 규정하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이 법은 골목상권을 보호했다는 그 어떤 명확한 결과도 도출하지 못했다. 하물며 제정 취지가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그간 개정 필요성에 대한 수많은 목소리에 귀를 닫아 왔다.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전국 대형마트 약 50여 개가 문을 닫았다. 법의 취지가 맞다면 그만큼의 몫은 골목상권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규제 시행 10년이 지난 2021년의 데이터는 기대와 다르게 시장이 움직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대형마트 매출은 34조 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지만 중소유통 소상공인의 매출은 오히려 15조 원 감소했다. 소비형태의 변화로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 강자가 시장에 나타나면서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커머스 매출은 대형마트 3배를 넘어서고 있다. 경쟁이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간의 구도로 변한 것이다.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에도 유통산업발전법의 역할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규제가 경쟁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이 법의 규제로 영업시간 이외에는 어떠한 배송도 할 수 없다. 이 틈을 이커머스가 파고든 것이 새벽배송이기도 하다. 영업시간 규제가 없었다면 전국에 400개가 넘는 대형마트를 통해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새벽 배송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규제가 유통기업 혁신의 발목을 잡은 꼴이다.
시장은 경쟁을 통한 효율성에 기대어 움직인다. 이에 반해 정책은 경쟁을 보호하면서 형평성을 추구해야 하고 그 정책의 기반은 규제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산업발전법은 어느 한 쪽에도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와 그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마트의 효율화 추구를 막았고 이로 인한 대형마트의 최근 폐점 러시는 소비자 불편만 야기하고 있다. 또 법 제정 후 지금까지 골목상권이 변화하는 유통시장의 흐름 속에서 나름의 특색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못 했다. 처음부터 규제의 본질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경쟁에 둘 것이 아니라 상생협력에 기반했다면 어떠했을까 싶다. 최근 대형마트가 휴점하는 날은 인근 상권도 활력이 크게 떨어져 아쉬움이 더 크다.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낡은 규제는 고집할수록 폐해만 는다. 규제 개선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에 하루빨리 정치권이 귀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