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국가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대가 있었다. 2차 대전 후 외면만 독립국일 뿐 강대국 지배나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그 행태가 모행성의 자장 안에서 맴도는 위성과 같아서 생긴 용어다. 폴란드 불가리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소련의 위성국 취급을 당했다. 꼭두각시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 냉전이 극심할 땐 괴뢰국이라 불리기까지 했다.
북한은 노동당 일당 독재 국가이지만 선언적으로는 정당 설립의 자유를 인정한다. 실제로 북한에는 노동당 외에도 다른 정당이 있다. 조선사회민주당과 조선천도교청우당이 그것이다. 이들은 당수와 당원이 1~2명에 불과하고 독자적인 정치활동이 없는 사실상 유령정당이다. 그럼에도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 80년 가까이 존속하는 이유가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동당에 협조해 일당 지배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우리도 다당제를 유지하는 민주국가”라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함이다. 북한에선 이런 정당을 ‘벗 우(友)’자를 써서 ‘우당(友黨)’이라고 칭한다.
이번 4·10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재시행이 사실상 확정되자, 정치권에서는 위성정당 창당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 발기인 대회를 마쳤다. 국민의미래는 21대 총선용으로 급조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과 같은 성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반윤석열 기치를 든 범야권을 모아 가칭 ‘통합비례정당’ 준비에 들어갔다.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참여가 확실하고, 녹색정의당과 진보당도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과 비례대표 배분,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위해 본격적인 협상을 곧 시작한다.
모정당과 위성정당은 이름과 정강정책이 비슷하고 현역 의원까지 주고 받는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형식상 별개의 결사체라는 이유로 각자 정당 등록을 받아준다. 21대 총선 직후만 해도 준연동제가 위성정당 방지책을 전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가까워지자 모든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처음부터 준연동제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꼼수라고 비판했던 민주당까지 대놓고 위성정당 경쟁이다. 북한조차 그 이름을 꺼려 우당이라 부르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위성정당이란 말을 노골적으로 입에 담는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