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화해의 사탕

장미영 소설가

  • 장미영 소설가
  •  |   입력 : 2023-12-24 19:28:3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연말이다.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한 해를 잘 마무리 할 때이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참 많다. 그럼에도 꼬인 실타래 같이 풀리지 않은 일들도 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가 남은 것처럼 말이다. 이상하게 행동은 굼뜨고, 머릿속은 명쾌하지 않은 일로 복잡하고, 마음은 모가 나서 뾰족해지기만 하는,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죄다 아름답지 않은, 그런 날이 있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인다.“제발, 화 내지 마세요”라고.

한 아이가 복도를 지나가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또래끼리 하는, 별 의미 없는 말장난 이었다. “야, 문어는 왜 머리카락이 없을까? 그거, 참 신기하네”(킬킬거리는 웃음)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불끈했다. 어떤 아이가 떠올랐다. “○○가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니? 말조심 좀 하면 좋겠다.” 아이는 복도에 주저앉아 훌쩍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대성통곡을 했다. “선생님, ○○가 아니고, 문어라고 했는데요?” 반 친구들이 우는 아이를 달랬다.

앗! 문어와 발음이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의 이름으로 들었던 것이다. 아이의 말을 내 방식으로 해석해 버리는 실수를 했다.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선생님이 잘 못 들은 거라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도 아이는 계속 울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듣지 않겠다는 듯, 아이는 입도 귀도 닫아버렸다. 아이는 자신의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하는 것 같았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 시원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중학교 때 생물 시간으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내가 너무 떠들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하필 내 자리가 말 많은 아이들 바로 옆이었다. 떠든 건 정작, 그 친구들이었음에도 선생님은 나를 모질게 혼을 냈다. 나를 옹호해주는 아이들 말도 선생님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선생님은 화가 났는지, 뒤로 나가 손을 들고 있으라고 했다. 어찌나 서럽던지, 세상 다 산 것처럼 펑펑 울어 버렸다.

평소 나는 선생님의 품행, 아니 행동에 대해 탐탐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자아이들 상대로 놀리는 걸 재미있어 했다.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를 해도 뭔가 뻣뻣했고, 선생님 앞에서는 모든 게 삐딱했다. 선생님 역시나 그런 삐딱한 내 모습을 싫어했던 것 같았다. 나는 선생님에 대한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선생님은 나를 그저 그런 아이, 버릇없는 아이로, 오해를 했다. 선생님은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앉자 더 이상 수업 할 생각이 없는지 도중에 나가 버렸다. 나는 몸 어딘가 고장이 난 듯 했다. 그 날 하루를 양호실에서 보냈다.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이 아팠던 거였다.

아이와의 사이가 어색해졌다. 복도를 지나 갈 때마다 선생님! 하며 살갑게 안기던 아이가 나를 피하는 듯 했다. 나도 아이를 보면 웬만하면 아이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러면서도 꺼림칙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를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내 모습을 닮은 아이의 모습에 이해가 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도 서럽고 억울하고 슬펐을 거라고.

아이는‘어른의 거울’이 맞다.‘조금 더 성숙한 어른, 성숙한 선생님이 될 수 있겠지.’ 아이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며칠 뒤 아이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내가 너무 많이 울어 선생님도 속상했을 거라고 엄마가 말했어요.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아이가 나를 안아주었다. 아이와 나는 쿨 하게 악수를 나누었다. 문득, 그 선생님이 떠올랐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다. 죄송함과 함께 악수를 청해본다.

올 한해, 지나간 오해와 실수에 손 내밀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바지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사탕 하나를 건넨다. 화해의 사탕이다. 유난히 달콤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0. 10“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7. 7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8. 8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9. 9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0. 10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