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펜하이머’가 한창 상영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의 치열한 일대기를 보여준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실제 구현하여 무시무시한 원자폭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국은 엄청난 예산으로 최고 과학자들을 모아서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2차 세계대전의 종식뿐만 아니라 핵폭탄 기술을 선도해 세계 패권을 쥐었다.
여기서 맨해 튼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 들어간 비용이 얼마일까? 최고 과학기술자들이 그냥 모여서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들어갔다. 기록에 따르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은 약 13만 명이고, 총 개발비용은 당시 20억 달러(2021년 기준 240억 달러·약 31조 원)가 들었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이다. 전쟁 중이라 예산 부담이 컸지만 승리를 위해 결정한 절체절명의 프로젝트였다. 당시 독일은 3년 먼저 비밀리에 핵폭탄 우란 프로젝트를 시작해 상당한 성공 가능성이 있었으나 전쟁 말기에 예산 부족으로 실패했다고 한다.
현대의 과학, 공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지금은 인공지능 AI시대가 되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AI 개발의 시작점이었다. 그럼 아이폰 개발비용은 얼마였을까? 자료를 찾아봤지만 정확한 비용은 알 수 없었다. 결국 오픈 AI 챗GPT에게 물었더니 ‘개발 비용은 애플사의 내부 자료로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최대 수십만 달러가 들어갔다’고 답했다. 해당 비용을 어디에 썼을까 물어보면 ①연구개발(R&D) ②소프트웨어개발 ③제조 및 재료비 ④마케팅 및 론칭 비용으로 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연구개발비 투입이 없었다면 아이폰 탄생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는 상당한 이슈들이 있었다. 특히 상온초전도체 LK99의 개발 소식은 인류 역사를 바꿀 새로운 신소재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한 몸에 받았다. 아쉽게 그 결과가 완벽하지 않아 과학자들의 실망감이 상당했다.
또 한편으로 지난달 정부가 내년도 과학 R&D 국가 예산을 약 30% 삭감한다고 발표해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에 실망감을 줬다. 과학기술계는 앞서 맨해튼 프로젝트, 아이폰 개발과 같이 연구개발비가 필수라는 것을 알기에 국가 예산의 삭감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과학기술 R&D에서 예산은 왜 필요한 것이고 어디에 쓸까? 수많은 연구원들의 인건비와 개발에 필요한 각종 장비, 재료 구입에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①인건비 20-50% ② 직접비(장비구입비, 재료비 및 분석비, 학회참가 출장비 등) 30~60% ③간접비(연구원 관리비, 행정지원비) 20~35%으로 구성된다. 인건비의 경우 국책연구원은 연구원들의 월급, 대학 기관인 경우 프로젝트 대학생 및 대학원생 인건비로 사용된다. 국책연구원의 월급은 100% 국가에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월급은 약 60% 보전되고, 나머지는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채워 넣는다. 이런 점에서 R&D 예산 삭감은 국가 과학기술 분야 국책연구원의 운영과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국가 R&D 예산 삭감은 미래 학문세대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정부출연 연구원의 예산 삭감은 결국 신임 연구원 모집 중단, 학생연구생이나 위촉연구원들 모집 중단과 해촉, 출연연과 연계된 위탁연구비(대부분 대학 기관)의 축소를 가져온다. 이는 결국 학문 후속 세대들을 위축시킨다. 후속 세대들의 진학 중단이 우려되면서 그 영향은 4~5년 또는 그 이상 갈 것이다. 앞서 역사를 바꾸고 시대를 바꿀 때 과학기술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서 엄청난 R&D 예산 투입은 당연한 것이다. 지금은 물리적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것이 기술패권 전쟁이다. 얼마 전 일본과의 소부장 전쟁, 현재 일어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기술적 우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우리의 갈 길은 명확하다. R&D만이 미래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