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팔길이 원칙 흔드는 손바닥 길이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  |   입력 : 2023-08-16 20:14:5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팔을 펼쳐 길이를 재어본다. 팔 길이만큼의 거리를 두는 것, 예술과 정치의 거리두기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정책의 기본 토대이다. 1945년에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즈가 영국예술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으면서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주창해 지금은 UN에서도 권고하는 행동강령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 다시 새삼스럽게 ‘팔 길이 원칙을 아십니까?’라고 대답 없는 그 누군가에게 묻는다. 아니 ‘팔 길이 원칙을 알고 말씀하셨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문화예술과 행정 사이의 거리두기는 오래된 연인처럼 애증이 교차하는 순간들의 연속인 것 같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 위의 배우들처럼. 그러나 언제나 균형과 적당한 긴장을 유지해 그 누구도 넘어지거나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팔 길이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술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개인의 개별성과 집단의 다양성을 끌어내어 사회에 자극을 준다. 낯선 것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드러내어 혁신적인 자극을 일깨우기도 한다. 사회에 공헌하는 예술의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다.

보편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행정에서는 난감할 수도 있다. 낯선 것은 선례나 사례가 없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근거를 찾아 규정에 맞게 해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것,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예술이라 예술은 행정이 될 수 없지만, 예술을 지원하는 예술행정은 예술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창조적인 예술행정은 예술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사회에 공헌하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예술행정은 예술처럼.

최근 지역에서 다소 의미 있는 행사를 공공기관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데 담당자로부터 “행사에 필요한 행정적인 어떤 것이라도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팔 길이 원칙은 모른다고 했다. 그럴 수 있지, 일반직 공무원 모두가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해야 하는 그의 업무는 행사를 위한 행정지원이라는 아주 단순하며 간결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매번 자잘한 행정상의 문제들을 순조롭게 해결했고 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으며 창조적 균형을 유지했다. 예술을 대하는 예술행정의 예술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치우치지 않는 창조적 균형을 위해 예술의 본연적 가치를 행정에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매번 근거를 찾고 규정집을 뒤져서 안 되는 것을 염려하는 탁상공론을 뒤로하고 예술적 가치를 사회 속에서 실현하는 것이 예술행정이니까.

그러나 행정의 실천 과정에서는 ‘손바닥 길이(palm’s length)’의 유혹에 흔들릴 때가 자주, 종종 있다. 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급조된 잼보리 폐영식 K-팝 동원까지 표면적으로는 팔 길이만큼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지만 노골적으로 손을 대고(arm’s length but hands on)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역에서 행정의 결정권자가 바뀔 때마다 손바닥 안에 두고 싶은 예술, 반복되어 달라지는 예술행정의 기조는 결코 예술답지 않다.

누가 떠밀어서, 강요해서, 억지로 예술하는 예술인은 없다. 당장 굶어 죽더라도 예술은 해야 하는 신기 충만한 예술가들에게 행정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만 하면 좋겠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는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받을 것이며 각종 보고서는 행정의 달인들이 해주면 좋겠다. K-컬처 콘텐츠로 국제적인 활동을 펼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문화산업 예술가들에게는 그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면 좋겠다. 문화자본시장 안에서 자생하고 소멸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정부의 행정지원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기조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팔길이 원칙’이며 이를 지키겠다”고 강조한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진과 뉴스는 불과 지난해 6월, 칸국제영화제 수상자들과 함께였다.

팔 길이 원칙을 우리는 이제 모두 알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5. 5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6. 6‘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9. 9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10. 10태풍 ‘참피’ 위력 실감
  1. 1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2. 2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5. 5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8. 8‘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9. 9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0. 10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4. 4“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5. 5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6. 6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7. 7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6. 6[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7. 7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8. 8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3. 3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