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치자꽃 향기가 짙고 성큼 여름으로 들어서는 계절이다. 6월이면 생각나는 음악은 무엇일까? 나는 차이콥스키의 ‘사계’(Op.37)중에서 ‘6월 뱃노래(Barcarolle)’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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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뱃노래’를 남긴 작곡가 차이콥스키. |
이 곡은 차이콥스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음악잡지사인 누벨리스트와 계약을 맺고 ‘사계’란 제목으로 매달 한 곡씩 12곡을 발표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각 달에는 적절한 부제가 붙어 있다. 그중 6월과 10월 가을의 노래가 가장 유명하다. 이 뱃노래는 관현악 편곡으로도 많이 연주된다. 고즈넉하면서 담담하게 아름다운 곡이다.
이 바르카롤레란 용어는 원래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들이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간단히 뱃노래라고 하는데 원래는 성악곡이었지만 그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기악곡으로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렸다. 역사적으론 이 용어는 1710년 앙드레 캉프라의 무대음악 ‘베네치아의 축제’의 삽입곡 ‘뱃사공들의 축제’에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19세기 낭만시대 음악에서 대부분 볼 수 있다. 낭만시대에는 피아노가 많이 보급되면서 소나타 같은 큰 규모의 다악장이 아닌 단악장의 짧고 표제적인 소품들이 성행했다. 발라드 환상곡 랩소디 녹턴 등이 다 그런 곡들인데 이 바르카롤레도 그런 소품장르의 하나이다. 약간 느리고 8분의 6박자를 주로 쓰는 이 장르가 작곡가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많은 작곡가가 뱃노래를 남겼지만 그중 유명한 것만 소개한다면 쇼팽의 ‘뱃노래’(Op.60)가 대표적이다. 이 곡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전문 피아니스트의 독주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멘델스존도 이 장르를 사랑해서 그의 대표작 ‘무언가’ 총 48곡 중에서 뱃노래란 제목으로 무려 3곡이나 남겼다. 포레도 이 뱃노래(Op.26)를 13곡으로 된 대작의 피아노 모음곡을 작곡했다. 성악곡은 역시 오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를 비롯, 베버 로시니 도니제티도 다 이 뱃노래를 오페라에 삽입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중 여성이중창으로 불려지는 뱃노래다. 이 곡은 나치수용소에서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부정이 돋보이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하다. 슈베르트의 가곡 ‘물 위의 노래’도 사실은 뱃노래이고 우리가 잘 아는 이태리 가곡 ‘산타루치아’야 말로 전통적인 나폴리 곤돌리어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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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뱃노래의 매력이 무엇일까? 요람의 흔들림 같은 작은 파도의 기분 좋은 출렁거림, 마주 앉은 사랑하는 사람, 아름다운 햇살, 말없이 바라보는 물결 등 뱃노래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보통 우리는 뱃노래라면 거문도 뱃노래같이 어부들의 노동요가 떠오른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에게 바다는 풍요로움을 주는 동시에 거칠고 넘어서야 하는 극복의 대상인지도 모른다. 물론 서양에도 러시아의 ‘볼가강의 뱃노래’ 같은 힘찬 노래도 있고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1막에 나오는 선원들의 합창 ‘호요헤’(어기영차)처럼 섬뜩하고 거친 뱃노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양의 뱃노래는 서정적이며 담담한 아름다움과 슬픔을 노래하는 것 같다. 특히 이탈리아를 사랑했던 차이콥스키는 페테르부르크의 6월의 백야에서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떠올린 지도 모른다. 평소 여행을 즐겨했고 이탈리아 교향곡까지 작곡한 멘델스존도 그의 노스탤지어의 저 깊은 곳에 이 뱃노래를 숨겨놓고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작곡가가 이 뱃노래를 노래한 것을 보면 뱃노래에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근원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6월에는 뱃노래를 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