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예고됐다. 부산기상청은 최근 3개월 예보를 통해 6~8월 부산 울산 경남 등 남부지방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특히 7월에 많은 비가 내린다고 밝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10개 기상청과 관계기관이 제공한 기후예측모델에서도 비슷한 예상이 나왔다. 엘니뇨 등으로 북태평양과 인도양, 중태평양 바다 온도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봄철에 북태평양과 인도양 해수 온도가 높으면 여름철 한반도 기온을 끌어올리고, 중태평양 해수 온도는 강한 수증기 유입으로 이어져 강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상이변은 더 이상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1900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30위 무더위 순위에 23번이 1994년과 2018년에 작성된 기록이다. 1994년 7월엔 폭염 일수(17.7일)와 열대야 일수(8.5일)가 평년(4.1일, 2.7일)보다 4배 가량 많았다. 2018년도 폭염(15.4일)과 열대야(7.1일)가 평년 3배 이상이었다. 올 여름 더위가 여기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1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역대 30위 중 16번이 2000년대 이후 기록이다. 태풍의 강도 역시 세지고 있다. 크기(중심부 기압) 기준 역대 10위에 ‘마이삭(2020년)’ ‘하이선(2020년)’ ‘힌남노(2022년)’ 등 최근 3년간 남부를 강타한 태풍이 3개나 들어 있다. 더웠다 하면 폭염이, 왔다 하면 폭우가, 불었다 하면 역대급 태풍이다.
극단적인 날씨는 도시 구조물 훼손에 그치지 않고 인명까지 위협한다. 지난해 8월 태풍 내습 당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3명이나 목숨을 잃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서울 신림동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부산에선 사하구 구평동 뒷산이 무너져 일가족이 매몰된 게 불과 4년 전이다. 2014년 우장춘로 지하차도와 2020년 초량 지하차도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사망 사고는 사람들의 말문을 아예 막아버렸다. 생각하기도 싫은 비극을 다시 떠올린 덴 이유가 있다. 사고는 항상 예상 못한 곳에서 예상 못한 방식으로 터진다는 경험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최근 도시침수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홍보했다. 저지대와 지하공간, 하천 주변 등 상습 침수지의 실시간 상황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사후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도시가 생기고 수십 년 반복된 일이라면 침수나 붕괴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과 해소책이 나와야 마땅하다. 큰 비가 오면 물에 잠길 위험지가 없는지, 강풍으로 자체 건물은 물론 주변에 피해를 끼칠 지역은 어디인지, 지반이 불안정한 주택가 등지를 살피고 미리 대처해야 하겠다. 기상재해로 인한 고통이 취약계층에 집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폭우와 폭염에 대한 준비와 배려 또한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전력수요 점검 등 재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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