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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김해 뒷고기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5-14 19:22:5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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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김해 시민으로부터 김해 뒷고기의 오해를 풀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뒷고기를 좋아하는 맛 칼럼니스트로서 모른척할 수 없었다. 사실 김해 뒷고기는 태생적으로 묘한 어감을 갖고 있다. ‘뒤로 빼돌려’ 유통된 고기라는 절도 혐의가 짙다. 과연 그럴까?

1970년대 후반 등장한 김해 뒷고기.
우선 3대째 김해에 살며 뒷고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을 만났다. 그는 “우리 세대가 뒷고기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말씀인즉 1970년대 후반 김해 도축장에서 나온 돼지고기 자투리 부위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구이집들이 있었는데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어 ‘뒷고기집’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당시는 김해가 농촌에서 산업도시로 변모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절도 혐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40년째 김해에서 정형 기술자로 일하고 계시는 어르신을 만났다. 1970~1980년대에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일이었다며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고 칼 가기 나름”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씀을 남겼다.

현장 확인이 필요했다. 부경양돈농협의 협조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돼지 도축과 가공시설을 갖춘, 김해 주촌면 부경축산물공판장을 찾았다.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육 상태로 출하된다. 지육이란 돼지의 머리, 내장 등을 모두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지육 상태의 돼지는 등뼈를 중심으로 이등분해 유통되는데 이를 ‘이분도체’라고 한다. 이분도체를 해야 돼지의 단면이 정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부경양돈농협 육가공사업본부 관계자로부터 이분도체 된 상태에서 돼지고기 부위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고 칼 가기 나름”이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됐다.

뒷고기가 시작될 당시 정형 기술자에게 허용된 부위는 요즘 소비자들이 얘기하는 ‘특수부위’였다. 이 부위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소량이라 지육 전체 무게에 큰 영향이 없다. 둘째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어 있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잘라버리면 쥐도 새도 모를 것 같았다. 셋째 어느 지점에서 자르는가에 따라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미묘한 부위였다. 예를 들어 항정살, 등심덧살, 마구리 등은 칼의 방향에 따라 양은 물론이고 존재 자체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네 번째, 당시(1970년대 말)만 하더라도 정형 기술자들만 아는 ‘소고기하고도 안 바꿔 먹는’ 맛있는 부위였다.

요약하면 뒷고기는 지육 전체 중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특수부위가 유통된 것이며, 이 정도 ‘로스율’은 당시 업계에서는 허용되는 범위였다. 그럼 과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었을까? 돼지고기 지육은 대분할 7개 부위, 소분할 25개 부위로 나뉜다. 목심 갈비 앞다리 등심 안심 삼겹살 뒷다리 등 7개 부위로 나누는 대분할은 뒷고기가 탄생한 1970년대 후반에도 적용되던 방식이다. 하지만 특수부위를 포함해 25개의 부위로 나누는 소분할은 1990년대 이후부터 적용된 방식이다. 법적으로는 2007년과 2014년 정부 고시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따라서 대분할된 고기 무게에 영향이 없다면 법적으로도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보다 무서운 게 가격이다. 뒷고기는 더 이상 특수부위만 고집할 수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은 머릿고기를 비롯해 귀와 꼬리 등 부산물까지 뒷고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럼으로써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뒷고기의 미덕을 유지하고 있다. 부디 김해 시민 여러분들은 뒷고기를 뒷고기라 부르길 더 이상 주저하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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