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3-04-27 19:33:0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항 제1부두는 1911년부터 부산항과 일본 본토를 오가는 여객 수송과 식민지 수탈 목적의 부두로 사용됨과 동시에 수많은 독립투사와 선각자가 출입하며 해방의 움을 틔웠던 곳이다. 해방기에는 고국으로 돌아오는 귀국 동포들의 유입로였고, 한국전쟁기에는 피란민과 군사·구호물자 수송의 중심 기능을 담당했다. 특히 유엔군 유입과 활동 지원을 위한 사령부로 쓰이며 전쟁 역전의 계기를 제공했고, 1950년대까지 유엔 원조와 국가 재건의 핵심 부두로 기능했다. 또한 수출화물선과 원양선이 최초 출항했던 국가무역사의 시점이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 제1부두는 부산종합어시장으로 사용되는 등 무역과 여객 기능이 약화되었으나, 1970년대 들어 부산항 국제무역 활성화 정책에 따라 잔교를 증축하여 상부에 국제여객터미널을 건립하며 재전성기를 이루었다. 2000년대 들어, 부두시설 낙후 등의 이유로 제1부두는 북항재개발(1단계) 사업에 포함되어 도로 관통 후 매립되어 사라지도록 계획되었다. 그러나 시민의 간곡한 보존 요청과 이에 대한 관의 통 큰 수용으로 도로 노선은 변경되었고 매립계획 또한 취소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다양한 근대사를 품고 있는 제1부두는 역사공원으로 영원히 부산시민의 품에 남게 되었다.”

우리는 제1부두를 늘 이용하면서도 부두가 무엇을 베풀었는지 잘 모르며 살았다. 제1부두는 쉬지 않고 일했다. 대한민국과 부산, 그리고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언제나 늘 선조들의 걸음과 함께했다. 이곳에는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선조들의 열망과 피란시대의 안도감이, 그리고 대한민국을 구하려 유엔의 이름하에 모였던 세계인들의 호혜 정신이 응집되어 있다. 이 부두가 이제 110여 년의 임무를 마치고 쉼표를 찍으려 한다.

그런데 갑자기 제1부두가 공짜로 생긴 도심의 빈 땅인 양 부두 위에 체육시설과 도서관 같은 건축물을 짓자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하지만, 제1부두를 건설부지로 사용하는 것이 앞선 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누(累)가 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백보 양보해서 지방자치시대이니 그럴 수 있겠다고 여기면서도 제1부두만큼은 빈 땅이나 개발을 위한 부지가 아니라 여러 층위의 근대역사가 점철된 역사의 현장으로 성찰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물러설 수가 없다.

부산시는 2016년부터 제1부두를 포함한 9개 유산을 ‘피란수도 부산유산’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왔다. 작년 12월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7년여 동안 부산시의 인내와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국가(문화재청)는 부족함을 알면서도 피란수도 부산유산을 잠정목록에 올려 주었다. 그런데 왜 스스로 일을 망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피란수도 부산유산은 근대를 주제로 한 국가 최초의 잠정목록이지 않는가. 힘을 합치고 합쳐서 “부산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어!”라는 자존감 넘치는 주장을 당당히 펼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1부두가 연결된 대청로에는 피란수도 부산유산 5개소와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보수동책방골목 등이 연이어 있다. 올가을이면 대청로변에 부산근현대역사관도 개관된다. 부두 좌우편에는 북항재개발로 인한 수변공원과 휴양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중이다. 걸어서, 또 차와 배를 탄 방문객들이 넘쳐날 것이다. 아니 넘쳐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제1부두가 있다. 분명 제1부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매력적인 수변광장이자 역사공원이 될 것이다. 창의로운 시민 활동이 펼쳐지는 활력의 장이 되어 쉼 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줄 것이다. 이미 우린 알고 있다. 뱃속에 든 몇 알의 황금알에만 주목하면 거위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부산에, 또 중구에 그리 땅이 없는가?”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도시개발 관련 법도 급변하고 있다. 평지에 나열식으로 늘어놓는 개발 시대는 지났다. 빈 땅 채우기가 개발로 이해되던 때도 막 내린 지 오래다. 집중과 선택, 즉 부족한 땅을 아끼자는 ‘복합화’와 ‘입체화’에 눈을 떠야 한다. 이제 우리도 진정한 복합개발과 입체도시계획의 적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런 일을 누가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겠는가? 바로 부산시와 중구의 행정가들과 의원들이다. 창의적인 기획만 있다면 체육시설과 도서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확보 가능한 시대다. 땅이 없어서 못 가진 것이 아니라, 관습에 젖은 후진적인 생각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결과다.

분명한 사실은 제1부두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1부두는 앞으로 부산을 지키며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의 것이다. 제1부두가 가져올 무궁무진한 경제·문화적인 미래 가치를 그 어떤 것과도 바꾸어서는 안 된다. 무르익지 않은 생각으로 급하게 추진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제1부두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져 가도록 하는 징검다리 역할 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3. 3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4. 4“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5. 5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6. 6‘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7. 7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8. 8[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10. 10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6. 6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7. 7“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8. 8[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9. 9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10. 10“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7. 7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8. 8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9. 9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10. 10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