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부산광역시교육감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발로 뛰어 교육 현장을 돌아보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기초지자체와 학교를 찾아가 교육 현안을 듣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다. 민원인들도 100번 이상 만나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고민했다. 체력 유지를 위해 현장 방문을 좀 줄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교육 현안이 있는 곳이라면 직접 달려가고 싶었다. 더 나은 교육정책을 세우고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어서다.
교육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아직도 가정적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열악한 교육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오륜정보산업학교를 찾았을 때다. 교육감으로선 이례적 방문이라는 말을 듣고 솔직히 놀랐다. 한때 잘못으로 오륜정보산업학교에 수용돼 있지만, 그 아이들도 사회가 돌봐야 할 청소년이다. 당연히 교육감이 가봐야 할 곳이다. 오륜정보산업학교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아이가 20여 명 있었다. 한데 마땅히 도와줄 교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안타까웠다. 우선 시교육청 장학관들이 수업을 진행하도록 해 급한 불을 껐다. 앞으로는 교사 파견은 물론 교과서와 참고서, 인터넷 강의도 지원해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탈북학생 대안교육기관인 장대현중고등학교는 인가를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었다. 힘겹게 국경을 넘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교육환경에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난해 설립을 인가했다. 이제 학생들은 정규 교과 수업을 받고 졸업하면 검정고시를 치르지 않고 대학 진학을 모색할 수 있다. 학습용 태블릿 PC를 보급하고 전자도서관 구축, 인근 학교 운동장 사용 등도 지원한다.
중도 입국 청소년들은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시교육청은 부산시와 협력해 중도 입국 청소년의 학업 복귀와 학력 취득을 돕기로 했다. 이들의 공교육 진입과 순조로운 적응을 위해 한국어 교육과 멘토링, 정서 상담도 해 나갈 예정이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17곳과 교육청 간 정보 연계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절대 소홀할 수 없다. 수학여행비와 졸업앨범비, 현장체험학습비를 실제 소요경비 수준으로 지원한다. 올해 입학하는 초등학생에게는 준비물도 지급한다. 꿈자람교실을 통해 기초과목 교육을 강화하고 실용 외국어교육도 시행한다. 찾아가는 진로교육과 대입 설명회 강사도 지원한다.
이밖에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통번역 서비스와 문화예술지원사업,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훌륭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일은 교육감이나 교육청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오륜정보산업학교 검정고시 지원은 아이들에 대한 산업학교 직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시교육청 장학관들의 적극적인 자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대현중고등학교 인가 역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와 교장 선생님, 자원봉사 교사, 학교 시설 개선을 도와준 설계사무소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불가능했다. 중도 입국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부산시와 지역 사회, 언론의 따뜻한 관심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
시교육청은 취약계층과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촘촘한 희망사다리교육 안전망을 구축하려 한다. 경제적 정서적 지원과 함께 학습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아이들이 적어도 돈이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정서 안정과 인성 함양을 도모하는 방안이다. 방학 동안 영어캠프 개최 등 학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시행한다.
이 정책 역시 시교육청은 물론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기초지자체와 학교, 학부모 등 사회 구성원이 서로 협력해야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교육이라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