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 1만5000여 명이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을 기리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도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빵’은 남성과 비교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 ‘장미’는 참정권을 뜻했다. 당시 미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현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해야 했으나 참정권과 노조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이 시위는 ‘세계 여성의 날’의 시발점이 됐다. 뉴욕 시위 여파로 미국 사회당은 1909년 2월 마지막 일요일인 2월 28일을 ‘전국 여성의 날’로 선포했다.
1910년 8월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2월 2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자는 결의가 처음 채택됐다. 세계 여성의 날이 3월 8일로 굳어진 것은 러시아 여성들의 대규모 파업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3월 8일 민생고에 지친 여성들이 “빵과 평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걷잡을 수 없이 시위가 확산하자 마침내 니콜라이 2세가 물러났고 여성 참정권 등 여러 일과 삶의 권리를 구현한다. 이후 유엔은 1977년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여성인권 운동가인 나혜석과 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했으나 일제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1985년 서울 명동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공식적으로 국가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2018년이다.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 115주년이었다. 올해 테마는 ‘공정을 포용하자’. 공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으나 각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지 못하고 여전히 차별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해마다 여성의 날이면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꼴찌인 29위를 차지했다. 평가를 시작한 2013년 이후 11년 연속 최하위다. 남녀 소득 격차는 31.1%였고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남성에 비해 18.1% 포인트 낮았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내 여성 이사 비율도 28위에 그쳤다. 여성 의원 비율은 18.6%로 26위였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성적표는 어디 내밀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