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서면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64개 호실을 소유한 임대인이 갑자기 잠적하면서 세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오피스텔의 한 세입자가 이 임대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9월 전세 계약을 해지하면서 임대인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자 고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인은 2021년 2월 미분양이던 이곳 오피스텔 건물 270여개 호실 중 64개를 일괄 매입해 임대 사업을 했다. 해당 오피스텔 시세보다 대출금액과 전세금 총합이 더 많아 오피스텔을 경매에 넘겨도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각 호실 시세는 평균 1억6000만 원 정도이나 임대인은 호실당 평균 1억 원의 담보 대출을 받았다. 또 세입자들로부터 전세금 8000만~1억4000만 원을 받아 ‘깡통전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통상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져 당장 오는 4월부터 일부 세입자들은 전세 만기가 돌아오지만 전세금을 못 받을 수 있다. 임차인 상당수는 부동산 계약 경험이 없는 20, 30대 청년들이다. 전세계약을 중개했던 부동산은 폐업했고 중개를 한 부동산 직원도 연락이 두절됐다. 일부 세입자는 이 건물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부동산 측의 안내를 듣고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이 경우 세입자의 피해는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입자 40여 명은 공동대응단을 꾸리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범죄 전말을 밝혀내 범죄자를 신속히 처벌하고 배상 청구가 가능해져야 한다. 부산경찰청이 해당 사건을 반부패수사대에 배당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다행스럽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세 실태를 특별 단속한 결과, 사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1만3961건에 금액으로는 1조581억 원이나 됐다. 전세 사기로 적발돼도 처벌이 약한 데 비해 경제적 수익은 크다 보니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워 처벌을 강화해야 하고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임차인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등기부등본에 부동산 소유주의 국세나 지방세 체납 정보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세금 체납 문제가 생기면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전세금에 앞서 징수해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집주인의 보유 주택 수 같은 정보를 세입자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좀 더 세밀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가 있다. 지난 2일 내놓은 안심전세앱도 시세 정보 정확도가 떨어져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세입자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여야는 더는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둘러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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