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의 계모로 들어온 새 왕비는 신기한 거울을 갖고 있었는데, 거울을 보며 반복적으로 묻곤 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그때마다 거울은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왕비님입니다. 왕비님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그러나 거울의 이런 대답은 백설공주가 자라서 아름다운 소녀가 되기 전까지였다. “거울아, 거울아!”라는 왕비의 주문에 거울은 이렇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왕비님도 물론 아름답지만, 백설공주님이 왕비님보다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왕비는 나무꾼을 시켜 공주를 암살하도록 하고는 틈만 나면 또 거울에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그 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아니 백설공주 이야기만큼 잘 알려진 고전 동화도 흔치 않으리라. 누구든 이 동화에서 왕비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시기심, 사악한 음모, 그리고 권선징악의 결말을 상기한다.
그러나 이 동화는 인간의 특성에 관한 암호를 담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도 현격히 차이가 나는 그 특성은 이야기의 근저에 깔려 있다. 그것은 중독성이다. 거울은 항상 답을 준다. 그때마다 왕비는 거울에게 점점 더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거울의 대답이 만족스럽든 불만이든 계속 묻게 된다. 요상한 리듬을 지닌 ‘거울아, 거울아’라는 주문은 왕비의 온 감각을 거울에 집중시키게 하고 중독성을 증폭시킨다. 왕비는 그 주문으로 마법의 세계를 열지만 동시에 자신에게도 ‘중독의 마법’을 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마법사도 마법의 부작용은 어쩌지 못하는 법….
거울과 왕비의 이야기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변주되고 확장되었는데, 여기에도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럴 때마다 거울이 답을 주는 영역 또한 확장되어왔다. 미적 판단에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로, 나아가 미래 예측까지 마법의 거울은 능력을 발휘해간다. 그때마다 왕비는 끊임없이 묻고 거울은 바로 답한다. 지금도 미지의 먼 나라 마법의 성에서 왕비와 거울은 묻고 답하고 있을지 모른다.
유토피아 사상으로 유명한 에른스트 블로흐는 “동화들은 여러 가지 과학·기술에 대한 가상적인 기기들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화 작가들이 이러한 기기들을 단순히 마술 도구로서만 이야기에 도입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알라딘의 램프처럼 인간의 욕망이 놀라울 정도로 성취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알레고리이기 때문이다.
블로흐는 묻는다. “그것들은 ‘우리가 그것을 실제로 행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오랫동안 이어온 욕망을 충족시켜주지 않는가?” 과학·기술의 유토피아를 다룬 과학소설(SF)에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발명품들의 목록이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동화에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사회적, 정치적 유토피아뿐만 아니라 ‘기술적 유토피아는 바로 동화 속에 이미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과학·기술적 유토피아는 또한 디스토피아를 내포한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 아니다.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그 구체적 실현 과정에서 항상 동반하는 자기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의 동화에서 미래 첨단 기기의 알레고리로 등장했던 ‘왕비의 거울’이 2023년 2월 1일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롭게 이름하여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고 한다. 챗GPT(이하 챗티)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주요 투자자인 인공지능 기업 오픈에이아이(OpenAI)에서 개발한 대화형 언어 모델로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전 학습을 통해 주어진 질문에 문장으로 생성된 답을 제시하는 인공지능을 뜻한다. 챗티의 원래 명칭에 있는 두 단어, ‘제네러티브’와 ‘트랜스포머’를 상기하기 바란다. 이 매혹적인 단어들은 챗티의 열쇠 개념이자 미래 발전 전망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챗티가 뉴스가 되면서 한때 메타버스 기사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은 지난 며칠 동안 이 세상의 중요 이슈들, 곧 전쟁, 기후변화, 식량 위기,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깜짝 집어삼키는 ‘디지털 신상품 출고’의 전형적 특징을 보였다. 그러고는 이미 수많은 말, 말, 말들이 각종 미디어에 난무했다. 여기서 내가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챗티의 등장은 올 것이 온 것일 뿐이다. 이렇게 편한 디지털 ‘답변 자판기’의 활용은 우리 일상에 빠르게 퍼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동화 속 왕비의 신세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는 있다. 챗티는 우리가 개발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우리는 사용자다. ‘만능 에이아이’를 지향하며 이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무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곧 사람들이 ‘만성 유저’가 되도록 일종의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다. 그것이 우리 일상에서 제거하려는 건 ‘노력’이다. ‘애써서 할 것 없어, 내가 해줄게, 그냥 즐겨!’ 이런 속삭임이 들릴수록, 각자 삶의 균형을 찾아 노력하는 ‘성찰적 사용자’가 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