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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노화는 자연적인 것인가? 노화 프로그래밍

박종화 클리노믹스 기술이사·유니스트 교수

  • 박종화 클리노믹스 기술이사·유니스트 교수
  •  |   입력 : 2023-01-30 19:41: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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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인들에게 ‘극노화 기술이 발명되어 200년을 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고등학교 때부터 물어왔다. 내가 아는 수십 명의 답은 ‘노화는 자연적인 것인데 왜 그걸 굳이 역행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순리대로 죽겠다고 한다.

과학은 가장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정보처리(생각) 과정의 결정체이다. 따라서 과학자는 세상의 모든 것에 궁금해하고, 질문을 하고, 답을 찾을 수 있는지 봐야 한다. 그러면 노화는 정말로 자연적인 것인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이 자연적이라고 보면 노화를 극복하는 극노화도 자연적이다.

그러면 철학을 떠나 생물학적으로도 노화는 자연적인가? 생물학적 인간의 노화는 자연적인 것이 맞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노화는 당연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생물 종별로 수명의 길이 차이가 있고 특색도 있겠지만, 지구의 대부분 생명체는 나이는 먹어도, 노화하지 않는다. 요약하면 노화하는 생물 종은 극소수이다. 오히려 노화하지 않거나 극노화 혹은 회춘하는 것이 주류이다. 우리는 극소수가 가진 이 현상을 일반화하여 자연의 당연한 섭리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

지구상의 99.9%의 생물 종은 바이러스와 세균(박테리아)이다. 이런 생명체엔 노화라는 개념이 의미가 없다. 감기 바이러스를 잘 싸서 냉장고에 얼려두면, 수십만 년이 지나도 그냥 똑같은 바이러스이다. 세균도 얼려두면 수만 년을 둬도 그냥 살아있는 세균이다. 각각의 세균은 영양소만 있으면 무한대로 분열해서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늙는다는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분열 뒤 새로운 젊은 개체가 된다. 역설적으로 노화현상은 고등생물들의 매우 특이한 발명품이다. 인간이 노화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수십조 개의 세포들이 사회를 이루고 성장하다 보니 매우 특별하게 번식을 하고 인간 개체는 해체가 되는 것이다. 노화는 한 사회나 국가가 생겼다가 해체되는 일종의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문제이다. 인간처럼 복잡하게 많은 세포 구성원이 있으면, 그것을 영원히 지속하는 게 매우 어려워진다. 어려운 문제일 뿐이지, 극노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공학적, 정보처리학적 문제일 뿐이다.

극노화 연구는 인류 역사상 드디어 시작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많은 연구자가 게놈기술을 이용하여 쥐와 같은 포유류의 노화를 장기별로 역전시켜 젊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것의 핵심은 줄기세포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작과 닮아도 있다.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은 늙은 세포를 다시 애기세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세포 단위의 기술을 동물전체에도 적용해보니 작동을 한다는 것이 증명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쥐의 눈에 특정한 효소를 많이 생기게 하는 인자를 넣으면 그 쥐의 눈이 젊어진다는 식이다. 올 1월엔 하버드 의대 연구원인 양재현 박사가 늙은 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인자인 OCT4, SOX2, KLF4 (OSK라고 통칭) 유전자를 자극해서 노화된 쥐를 안전하고 젊게 만들 수 있음을 밝혔다. 이것은 동물 전체도 마치 컴퓨터 소프트웨어 조작하듯이 노화를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생물학 발전의 한 이정표이다. 놀라운 것은 그 복잡한 세포의 사회인 쥐 전체를 젊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인간이 죽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와 동시에 노화를 정지시키고(정노화), 노화를 막고(항노화), 노화를 역전시키는(역노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인간이 윤리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우리에게 활용하는가의 문제이지 추상적 철학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시대가 이미 되었다. 양재현 박사의 연구 핵심은 생명은 정보이고, 정보를 조절하는 물질들인 게놈과 에피게놈들을 잘 프로그래밍하면, 노화까지도 조절된다는 것이다.

국가사회적으로 볼 때 극노화기술은 생물학의 궁극적 기술이고 더 많은 과학, 산업화 연구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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