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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DNA로 알아낸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정승규 약사

  • 정승규 약사
  •  |   입력 : 2023-01-30 19:52: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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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에서 찰스 다윈은 생물의 한 종에서 변이가 일어나 차이가 뚜렷해지면 아종이 되고 더 진행하면 새로운 종이 된다고 말했다.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변이를 거쳐 변종, 아종,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다윈은 기후나 환경 같은 생활 조건이 자연변이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사람종, 사람속, 사람과, 영장목, 포유강, 척삭동물문, 동물계에 속한다. 사람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데 지금과는 달리 수만 년 전에는 호모 속의 다른 종들과 함께 공존했다. 그들은 현생인류의 사라진 친척 네안데르탈인과 최근에 발견한 제3의 인류 데니소바인이다.
그림= 서상균 기자
18세기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만든 ‘종속과목강문계’ 생물 분류법은 인간이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생물 중 하나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린네는 생물을 라틴어 속명 다음에 형용사로 된 종명을 붙이는 이명법을 창안했다. 라틴어 호모(Homo)는 사람을 뜻하고 호모 속에 속하는 종들은 사람의 특징을 공통으로 가진다. 호모로 시작하는 종은 수백만 년 전에 등장했는데 호모 속 많은 종 중에서 현재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이 사피엔스다.

동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일부에서 서서히 몸과 머리가 커졌다. 두 발로 걷고 불과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호모 하빌리스를 거쳐 자바원인, 북경원인 같은 직립원인 즉 호모 에렉투스가 나왔다. 자바원인은 180만 년 전, 그리고 북경원인은 50만 년 전에 살았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한 네안데르탈인은 유럽과 서남아시아에서 30만 년 전에 출현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보다도 더 큰 머리와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사냥을 통해 주로 육식을 한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진 고생인류 중 가장 많은 유적과 화석이 발굴돼 인류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1990년대 들어서자 화석이 아닌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DNA를 추출해 연구하는 새로운 기법이 도입됐다. 초기에는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수만 년간 보존된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는 DNA가 다르며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분석기법이 고도화되자 2010년, 반전이 일어났다. 30억 쌍이나 되는 복잡한 세포핵 속의 DNA를 분석하자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교배해 피가 섞였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래서 현재 유럽인의 몸 안에는 약 4% 정도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

기존 통념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결과가 나올 때쯤 전혀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류가 등장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한 시기에 현생인류와 함께 살았던 데니소바인이 발견된 것이다. 2008년 시베리아 남부, 러시아 알타이산맥 근처 데니소바 동굴에서 7살 된 소녀의 새끼손가락 뼈가 발견됐다. 이 뼈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하자 놀랍게도 현생인류도 네안데르탈인도 아닌 전혀 다른 고생인류로 판명됐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수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은 50만 년 전에 현생인류와 갈라졌고 데니소바인은 약 100만 년 전에 갈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호모 속 친척이 네안데르탈인이고 그다음이 데니소바인이다. 데니소바 동굴에는 손가락뼈 외에도 어른의 어금니와 발가락뼈도 발견됐다. DNA를 분석해 보니 데니소바인은 당시 같이 살았던 네안데르탈인과 교배했고 현생인류와도 피가 섞여 있었다. 데니소바인의 몸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17%나 들어 있었다.

현재 우리는 온전한 화석이 없어도 DNA를 통해 수만 년이나 된 과거의 일을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뼈에서 DNA를 추출하고 염기서열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기원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은 호모 속 가까운 친척을 발견하면서 한 걸음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이들이 현생인류와 교배했다는 점에서 둘 다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럴수록 인류의 비밀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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