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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밀크플레이션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1-24 19:00:4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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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00년경 살았던 서양 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는 우유를 완전한 식품이라고 극찬했다. 이는 우유의 영양학적 가치를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우유 속에는 칼슘을 비롯해 100여 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1285년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처음 나온다. ‘용이 소 먹이는 사람이 되어 왕에게 유락(우유로 만든 식품)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우왕 때는 국가상설기관으로 유우소라는 목장을 두고 왕실과 귀족 등에게 우유를 공급했다.

우유가 특권층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공급된 것은 1960년대 낙농업이 발전하면서다. 1980년대에는 학생 건강증진을 위해 우유 급식을 의무적으로 했다. 최근에는 학교가 선택해 우유 급식을 한다. 군인 식단에 의무적으로 올랐던 흰우유도 2024년부터는 사라진다. 군인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먹을 게 없던 시절에는 우유가 중요한 영양공급원이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대체재가 많아졌다.

낙농업계는 울상이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다. 이처럼 우유가 남아도는 데도 우윳값은 오르고 있다. 정부가 낙농업계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생산비, 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원유 가격을 올리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시행해서다.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내년 음용유용(흰우유) 원유값을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5.2% 인상하기로 했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사상 최대 원유 가격 인상으로 지난 17일부터 시중 우윳값이 크게 올랐다. 흰우유가 ℓ당 3000원에 육박한다. 우윳값이 오르니 빵 커피음료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 등 가공유제품과 식료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처럼 우유가 촉발하는 관련 식품 물가상승을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정부는 우유가격 합리화를 위해 내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시는 우유의 원유값은 상승하고 가공유용 원유값은 하락하게 된다. 가공유제품 가격 인하 요인이 있으나 업체들은 때를 놓칠세라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최근 서울우유는 생크림과 버터 가격을 각각 10%, 7%씩 인상했다. 남양유업도 발효유와 치즈 가격을 대폭 올렸다. 다른 우유가공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식비와 생활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제 우유나 치즈도 마음껏 먹기 힘들어져 걱정스럽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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