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지역 공공 예술기관과 ‘지역’

성장 않는 부산 예술시장, 공공지원 의존 유독 높아

공공기관, 애정·신념 갖고 지역예술 발전 이끌어야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1-13 20:11:55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예술계의 특징을 여러 가지 꼽을 수 있겠는데, 그중 민간 영역의 기반은 약하고 공공 영역의 기반은 강하다는 것 또한 들 수 있다. 인구가 빠져나가는 흐름은 거세고, 크고 튼튼한 기업의 비중이 낮아 소득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시장’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도시의 크기와 인구 규모에 비춰 예술 시장이 아주 작다는 것은 민간 영역의 예술인에게는 웬만해선 극복하기 힘든 재앙에 가깝다. 아니, 그냥 재앙이다.

이런 형편에 놓인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상황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흐른다. 첫째 민간 예술인의 공공 지원(금) 의존도가 높아진다. 둘째 공공 예술기관의 책무와 비중이 커진다. 시장에서 생존과 수익을 놓고 쟁탈전을 펼쳐야 할 필요가 좀 적은 공공 예술기관의 비중이 높다는 것. 그리고 민간 영역의 예술인에 대한 공공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권장된다는 것. 이 두 가지 상황에서 지역 예술의 숨통이 어느 정도 틔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지역 예술을 둘러싼 온갖 문제도 여기서 생긴다. ▷공공 지원 규모를 왜 더 늘리지 않는가 ▷공공 지원을 왜 내게 주지 않는가 ▷공공 지원을 둘러싼 권력에 누가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인가. 이 세 가지를 놓고 펼쳐지는 갈등의 비중이 민간 영역에서는 아주 높다. 거의 핵심 요인이다. 지역 공공 예술기관의 경우, 부산이라는 도시의 예술·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이들 기관이 정책·시책을 잘못 펴면 파장이나 피해가 아주 커지기 십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 공공 예술기관이 문제를 일으킬 때 그 원인은 우선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몸담은 지역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긴다. 지역 예술을 무시하거나 지역 현실에 무지한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도시 부산은 자체 예술 기반이 지극히 약한 소도시가 아니다. 담론 형성이나 고등교육이 이뤄지는 대학이 스무 곳이 넘는다. 둘째 지역에만 매몰돼 한국 전체나 세계에서 어떤 시도·변화·발전·퇴보가 이뤄지는지 놓칠 때 문제가 생긴다. 지역주의에만 갇혀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된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산의 공공 예술·문화 기관의 비전 제시와 현황 전달이 매끄럽지 못했던 장면을 본 것은 지역 공공 예술기관과 지역에 관해 거듭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들 기관의 영향과 책무가 크다는 점을 새삼 다시 떠올린 것이다. 새 수장이 취임한 지 오래되지 않은 부산현대미술관이나 영화의전당, 큰 기획을 진행하는 부산시립미술관, 전환과 변화를 앞두고 있는 부산문화회관 등 어느 곳 하나 시민이 눈여겨보고 있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지역에 대한 사랑과 지식에 관해 먼저 살펴보자. 더구나 ‘외지’에서 기관장이 왔을 경우, 이 문제를 다루는 데서 곧잘 실수한다. ‘지역’이 눈에 잘 안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예술도 마찬가지로 잘 안 보이거나 낮게 보일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지역 그 자체 또는 지역 예술의 현황·실태·자원·갈망·역사 등에 관한 파악·탐색·공부는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수가 많아지고, 실수가 늘면 뭉친 갈등이 터지거나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 그에 앞서, 이는 지역에 대한 사랑 없음이나 업무 방기로 비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공연예술계는 최악 수준의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때 부산의 한 중요한 공공 예술기관이 민간 예술 단체만 대거 참여하는 신진예술페스티벌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함께 기획한 적이 있다. 나는 당시 그 행사를 현장에서 대부분 취재했는데, 공공 예술 기관이 지역 민간 예술계와 함께 가는 좋은 사례로 각인됐다. 이처럼 자원·안정성·기획(인)력을 갖춘 공공이 눈을 크게 뜨면, 지역 예술 자체를 더 폭넓게 진흥할 수 있다. 기획은 높낮이를 평가하는 행위가 아니라 다양한 자원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해 가능성을 캐내는 일이다.

물론 시선·네트워크·비전이 지역에만 매몰돼 세계와 한국이 어떻게 바뀌고 나아가는지 그 흐름을 놓치는 사태도 피해야 한다. 자칫 이 덫에 갇히면 밖으로는 지역 시민에게서 외면받고 안으로는 지역 특유의 이해관계와 알음알음에 발목이 잡혀 발전은커녕 퇴보하는 길에 들어선다. 이는 지역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이 지역 출신의 수장들이 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이 밖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여러 가지 내부 문제도 많을 것이다. 결론을 대신해 ‘한비자’의 어법을 빌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다. 이런 문제를 잘 풀지 못하면, 망한다.

공공 부문의 비중과 중요도가 높은 부산 예술계에서 공공 예술기관이 잘하면, 민간 부문을 비롯해 지역 예술 전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을 놓을 수 있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미 애리조나서 60년 만의 민주당 주지사 당선, 상하원까지 다 장악
  2. 2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3. 3[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4. 4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5. 5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6. 6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7. 7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9. 9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10. 10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4. 4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5. 5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6. 6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7. 7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8. 8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9. 9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2. 2[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3. 3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4. 4미래에셋증권도 해킹 사고… 고객 3800여명 임직원 3만5255명 개인정보 흘러나가
  5. 5반여1·4동 어르신과 함께한‘사랑의 자장면 나눔’
  6. 6해운대구 재송2동 릴레이안부봉사단, 2026년 릴레이 다함께 가을소풍’ 추진
  7. 7해운대구 중1동, '술은 잠시 오프(OFF), 건강은 온(ON)’ 절주 캠페인
  8. 8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9. 9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10. 10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