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은 임기 2년차이지만 엄연한 재선 광역단체장으로, 역대 부산시장과는 달리 ‘정치적 미래’를 언급할 수 있는 단체장이다. 박 시장의 측근들은 박 시장이 내년에 2030세계박람회를 부산에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이에 따른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면서 2030년에는 국가지도자로서 부산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꾼다. 인물 호불호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부산시장의 ‘정치적 미래’를 논할 수 있다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박 시장은 모처럼 반가운 존재다.
역대 부산시장들의 정치적 미래는 부산시장 재선 혹은 3선뿐이었다. 부산시장에서 끝날 정치인들이 시정을 맡다보니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정치권과 장차관은 물론 중앙부처의 일개 부이사관들에게도 소위 ‘말빨’이 먹히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박 시장은 과거 부산시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지역 여권에서도 박 시장의 존재감은 과거 부산시장과는 다르다.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 경쟁조차 없이 후보가 된 그는 선거운동 기간 국민의힘의 ‘원톱’으로 나섰고, 사상 처음으로 국민의힘의 부산지역 16개 기초단체장 석권을 지휘했다. 아킬레스건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박 시장은 홀가분한 입장에서 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박 시장은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하 부울경 메가시티)의 좌초 위기로 정치적 중대 기로에 섰다. 경남과 울산의 이탈로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이 사실상 무산되는 과정에서 박 시장은 존재감은 오롯이 사라졌다. 그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해외 순방 중이기는 하지만 지역균형발전과 자주분권을 부르짖던 박 시장이 이번 사태에 일언반구조차 없으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에 지대한 공을 들였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이면서 정치적 장래가 창창했던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경남지사의 주도로 민주당 부울경 단체장 3명이 추진했던 사업이지만 박 시장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부울경 메가시티의 전도사로 활약했다. 이에 박 시장은 ‘부산 정치인’에서 ‘부울경 정치인’으로 부울경 시도민에게 각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시장은 지난 선거 기간 국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의지와 관련, “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인식을 볼 때 새 정부는 예산과 권한을 나눠주고 분권화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역별로 스스로 혁신을 주도할 영역을 설정하면 이를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개념의 혁신형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구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정부, 국민의힘은 대선 공약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되는 상황을 외면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자당의 안철수 의원처럼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부울경메가시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자체 간의 공적인 약속인 만큼 이행돼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냈거나 윤 대통령에게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통 큰 중재를 요청했다면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을 터다. 아울러 국민의힘에서는 보기 드물게 지역균형발전의 기치를 든 정치인으로서의 위상도 다질 수 있었다.
박 시장은 6일 시청으로 복귀한다. 늦지 않았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만큼이나 부산에 절체절명의 과제인 부울경 메가시티의 정상적 추진에 진력해야 할 때다. 국가균형발전의 롤 모델이 될 부울경 메가시티의 좌초를 막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박 시장의 소신과 행보가 매우 절실하다. 박 시장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원상회복한다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집권하면 부울경이 단합보다 분열의 길을 걸었던 그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는 부산시장으로,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에 앞장서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부산시민도 정치적 저력을 갖춘 시장, 정치적 장래가 있는 시장을 만날 때가 됐다는 점을 박 시장이 명심하고 이런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송진영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