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상당수 기초의회가 내년 의원 월정수당(직무활동비)을 대폭 올리려고 한다.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5%까지 내년 공무원 임금인상률(1.7%)의 4~9배에 이른다. 노동자의 실질적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게 책정한 생활임금 인상률을 압도한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저성장 등 3고1저의 복합위기로 중앙·지방정부가 긴축 재정에 돌입한 것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기장군의회는 내년 월정수당을 15% 올렸다. 당초 24.9% 인상을 요구했으나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삭감했다. 중구의회(12.4%), 금정구의회(10%), 영도구의회(7~ 8%)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웃도는 수치를 제시했고, 해운대구의회와 북구의회도 공무원 임금인상률보다 많이 올려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기초의원 수당 인상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노동자 임금처럼 기초의원 수당도 물가인상률에 비례해 올라야 한다. 문제는 공무원 임금이나 서민 생활임금과의 형평성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기초의원 월정수당은 지자체 주민 수와 재정 능력, 의정 실적,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고려해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임기 첫해에는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초과해 올릴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고 하나 작금의 인상 시도는 지나치다. 1.4%인상에 그친 부산시의회와 대비된다. 게다가 시가 정한 생활임금 인상률(1.9%)보다 3배 이상 높다. 민생고를 헤아리는지 의문이다.
내년에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2.2%), 국제통화기금(2.1%), 한국은행(2.1%)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일제히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 수출 중심 경제체제인 우리나라는 특히 위기에 취약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1997년 환란에 버금가는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639조 원)을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예산(679조5000원)보다 6%(40조5000억 원) 줄인 이유다. 4급 이상 공무원의 내년 임금을 동결하고, 5급 이하의 임금인상률을 물가인상률에 못미치는 1.7%로 정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민생고 해결에 앞장서야 할 기초의원이 자신의 밥그릇부터 먼저 챙긴다면 주민이 어찌 생각하겠는가. 그것도 서민 생활임금 인상률보다 훨씬 높은 수당 인상을 시도하니 주민 대변자인지, 샐러리맨인지 정체성마저 헷갈린다. 인근 지역 의회 수준으로 수당을 올려야 한다며 고율의 인상을 꾀한다는 소식에서는 샐러리맨으로 전락한 기초의원의 단면을 본다. 의정활동의 질과 양을 두고 인근 지역 의회와 비교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주민 대변자를 자처하고 나섰다면 의정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입증하고 난 뒤 수당 인상을 요구해야 떳떳하지 않겠는가. 일부 기초의회의 행태는 본말이 전도됐다. 일하기도 전에 대폭 올린 품삯부터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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