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약자 복지와 보편적 복지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01 19:03:5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언급하며 ‘약자 복지’를 강조했다. 이는 대선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과 맥락이 같은데, 경제·사회적 약자에게 필요에 상응하는 복지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의 해체를 막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정치·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정의롭게 합의될 수 있을 만큼의 복지 혜택을 가장 어려운 계층에게 제공함으로써 약자들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의 ‘약자 복지’는 진보·보수 진영과 여야 정치권이 모두 동의·합의할 수 있는 공통 의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약자 복지’에서 ‘약자’는 정태적 개념에만 머물지 않는다. 약자가 정태적 성격과 동태적 성격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심하거나 고령으로 근로활동이 불가능한 극빈자들은 이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보호받고 있다. 이들은 정태적 성격의 약자에 속하는데, 경제·사회적 여건의 변화가 거의 없고 수급자 상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기초생계의 보호 수준인데, 이에 대해서는 약자 복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초보장을 빠르게 강화하는 게 옳다.

가령 생계급여 수급의 대상과 수준을 결정하는 ‘가구의 소득인정액 기준’을 현행 ‘기준중위소득의 30% 이하’에서 ‘40% 이하’로 확대하는 조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해도 우리나라는 유럽 선진국의 ‘기준중위소득 50% 혹은 60% 이하’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 약자는 동태적 성격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니지만 여차하면 절대빈곤 상태로 추락할 수 있는 상대빈곤 인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기준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이 16.7%로 4번째로 높았다. 참고로 선진 복지국가의 상대적 빈곤율은 5~10%이고, OECD 평균은 11.1%였다.

우리나라는 상대적 빈곤율이 이렇게 높음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급자가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하다. 그래서 2019년 기준의 상대적 빈곤율(16.7%)에서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2.5%)을 뺀 수치, 즉 ‘비수급 상대빈곤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2%나 된다. 이들은 경기변동·실업·질병 등의 경제·사회적 위험이 닥치면 언제라도 절대빈곤 상태로 추락할 수 있는 동태적 성격의 약자에 해당한다.

게다가 동태적 성격의 약자는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경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의 상대빈곤 인구뿐만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도 짧은 기간에 극빈자의 처지로 내몰리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등으로 일하거나 자영업 등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던 서민과 중산층 가구가 경제적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이것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언론에 더 자주 보도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태적·동태적 성격의 모든 약자를 선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시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약자 복지를 위한 ‘보편적 복지’ 강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의 사회보장 원리로서 ‘누구라도’ 각종 재난·실업·질병·산재·은퇴·출산·육아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 소득의 단절이나 급격한 감소를 겪거나 혹은 생의 주기에 따라 각종 사회서비스가 필요할 때 사회안전망과 복지 체제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는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여기서 ‘누구라도’가 중요한데, 이는 정태적 성격의 약자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절대빈곤 상태로 추락할 수 있을 상대빈곤·서민·중산층 등 동태적 성격의 잠재적 약자를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복지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구라도’ 4대 사회보험 등 보편적 사회보장을 향유하고 근로를 통한 자립적 경제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빈곤층으로 떨어질 확률이 낮아지는데, 이는 동태적 성격의 약자를 위한 선제적·예방적 대응에 속한다. 송파 세 모녀, 성북 네 모녀, 수원 세 모녀 사건에서 선제적·예방적 성격의 보편적 복지가 중요한 이유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게다가 다수 국민을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해놓고 일부를 발굴해 선별적 복지로 보호하는 방식은 효과·효율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의롭지도 않다.

그러니까 상대빈곤·서민·중산층이 절대빈곤이나 경제적 절망 상태로 추락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가 사각지대 없이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하고, 또 급격하게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구에 대해서는 대상자 발굴 시스템과 통·반장 중심의 주민 제보 체계를 강화하고 긴급 지원·상담과 금융·개인회생·직업훈련·일자리 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전문적 대응 체계를 읍·면·동사무소 중심으로 시급하게 확립해야 한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상어 ‘부캉이’ 33일 만에 수로 벗어나…유도작업 종료
  2. 2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5. 5‘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10. 10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5. 5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6. 6'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7. 7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0. 10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6. 6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상어 ‘부캉이’ 33일 만에 수로 벗어나…유도작업 종료
  2. 2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9. 9‘부캉이’ 수로 출구 부근까지 유도…그물 주위 맴돌며 바다로 안 떠나
  10. 10“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