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개최를 앞두고 부산의 부동산카페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 조짐을 보이고, 2020년 부산지역 16개 구·군 가운데 14개 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지 2년이 다 되었기에 일부 지역이라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담은 내용이 대다수였다. 주정심이 개최되기도 전에 이런 바람을 담은 지라시(?)가 돌기도 해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얼마나 관심이 높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6월 30일 열린 주정심이 내놓은 결론은 지역의 기대와 달랐다. 부산은 아직 주택시장 불안정 요인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조정대상지역 해제에서 제외됐다. 반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대구는 8곳, 대전은 4곳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고, 경남 창원 의창구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일부 지역이라도 규제가 풀릴 것이란 기대가 높았던 부산이 받아든 결과가 ‘0’으로 나오자 지역에서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이후 지역 민심이 폭발했다.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하지 않은 부산시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박형준 부산시장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서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시는 최근 전문가들과 함께한 주택시장 모니터링단 회의에서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할 만한 정량적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지만 지역 부동산 경기 하락이 우려되기에 정성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30일 국토부에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14개 구의 전체 해제를 건의했다.
시가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열린 주택시장 모니터링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부산의 주택 가격이 약보합을 유지했고, 올해 진행한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높게 나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건의할 수 있는 조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에 시는 부동산 경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 뒤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구와 비교당하며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부랴부랴 정성적 판단을 근거로 조정대상지역 해제 건의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시의 판단의 근거가 된 주택 경기 관련 통계와 시민이 느끼는 부동산 경기 하락의 체감 속도가 달랐기에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 2월부터 하락으로 돌아섰지만 부산은 지난 4월까지 상승세였고 5월에는 보합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거래 절벽’ 상황이 이어졌고, 시민은 내 집 시세가 떨어진다는 불안한 소식과 대출 이자 압박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라는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가 이에 미치지 못하자 실망한 것이다.
이제 관심은 9~10월 개최 예정인 주정심으로 쏠리고 있다. 하반기 들어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2월 0.02% 하락했지만 지난달에는 0.20%까지 떨어졌다.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도 지난 6월 0.04% 하락하며 25개월 만에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됐다. 지난달에는 -0.15%를 기록하며 하락 폭도 점차 확대되는 등 주택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데는 이전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대한 반발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시민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열망하고 있으나, 새 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인수위원회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당장 풀어줄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더니 정부 출범 후 집값이 꿈틀거리자 갑자기 ‘속도 조절’이란 명분 아래 시장이 만족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규제 완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부동산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열릴 주정심이 부산의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김현주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