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부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5,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퍼스널컬러를 진단해줄 수 있는지 물어왔다. MBC 인기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사회를 맡고 있는 전현무 씨가 최근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모습이 방송을 탄 이후 컬러테라피, 퍼스널컬러 진단 의뢰가 전문가인 필자에게 빈번히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단을 요청한 케이스는 처음이라 다소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응하기로 했다. 여학생 5명, 남학생 6명 등 모두 11명이었다. 학생에게 마스크를 내리라고 하자 한 여학생은 마스크를 쓴 채 진행하면 안 되는지 물었다. 남학생이 쳐다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여학생은 다소 거친 어투로 “나를 쳐다보지 말라”고 말했다. 그 여학생이 마스크를 벗자 예쁘고 반듯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한 여학생의 입에서 거친 언행이 나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여학생과 컬러 진단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필자는 먼저 여학생에게 자기 얼굴을 사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번 형성된 표정 근육은 인위적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주 웃는 연습을 하는 등 평소에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 학생에게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나타난 폐해 중 하나가 마스크 부작용이다. 오랫동안 마스크하고 생활하다 보니 감정을 드러내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서로가 상대의 표정을 읽지 않고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 자체가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마스크가 주는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20대 여성은 얼굴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편할 수 있다. 60대 남성은 마스크 쓰고 다녔더니 감기에 잘 안 걸려서 좋다고 한다. 30대 여성은 몇 년 쓰다 보니 적응이 돼 이젠 벗는 게 오히려 민망하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늘 타인을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 자아가 성숙되지 않은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큰 문화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필자로선 아이들과 퍼스널컬러 진단 수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다. 비단 여학생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아이의 심리적 상태 혹은 불안감, 정서적 결핍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남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아이에게 자기 얼굴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이미지 메이킹 교육을 통해 알려주고 싶은 게 필자의 심정이다. 누군가에게 자기 얼굴을 보이는 데 대한 불안감, 얼굴을 가릴 때 나오는 거친 말과 행동 등이 그 예다.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는 아이는 결국 감정의 결핍, 사회적 고립, 수동적 행동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중고교 여학생 사이에선 학교 급식을 먹지 않는 아이가 한 반에 1, 2명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마스크를 벗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고. 외모에 신경이 쓰일 수 있는 남녀공학인 학교에서는 더 심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너는 마스크 쓴 게 훨씬 예쁘다” “이미지가 완전 다르다” “완전 마기꾼이야” 등등의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마기꾼’ 이란 신조어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됐다. 마스크 미남, 마스크 미녀를 지칭한다.
필자가 색채심리상담사 과정 수업 중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마스크를 벗어 보라고 하자 한 수강생이 “우리 다 같이 날 잡아서 마스크 벗어보자”고 말했다. 필자 역시 외부 강의를 하러 갔다가 수강생이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으나 준비가 안 됐다며 마스크를 벗지 않은 기억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얼굴에 미소를 잃어가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등 변해가고 있다. 색채로 코로나 증세를 들여다보면 처음엔 ‘코로나 블루’에서 시작해 ‘코로나 레드’를 거쳐 지금은 ‘코로나 블랙’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 모든 분이 코로나에서 벗어나 ‘클리어(빛)’의 삶으로 빨리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김서현 부산컬러심리교육원 대표·전 마산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