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발 이후로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OTT 플랫폼의 급성장이었다. 언택트 현상과 구독경제라는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은 OTT 성장의 촉매제가 되어주었다. 웹을 기반으로 하는 OTT 플랫폼은 극장에 비해 거의 무한의 콘텐츠를 수렴한다. 그리고 콘텐츠별 과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할리우드 대작부터 웹드라마까지 구독자는 원하는 만큼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중소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른 변화가 부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 제작된 웹드라마 ‘좋소, 좋소, 좋소’(‘좋좋소’)는 왓챠와 판권 계약을 맺고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까지 초청되었다. ‘좋좋소’ 제작진들은 이후 인기 유튜버 진용진과 ‘없는 영화’ 시리즈를 제작하는 등 독창적인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고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쓰리와이코프레이션에 편입돼 부산에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원 없이 제작한 콘텐츠가 시장의 평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더 크다.
최근 몇 년간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작을 살펴보아도 전략적인 콘텐츠 포맷이 눈에 띈다. ‘제작사눈’은 ‘영화의거리’에서 배우 한선화를 캐스팅해 스타마케팅을 시도하였고, ‘영화맞춤제작소 영화공장’는 ‘문제적 탐정 사무소’ 등 OTT를 겨냥한 장르 특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중이다. 현재 부산 콘텐츠들은 비즈니스 공략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이전까지 부산을 비롯해 지역 영화와 콘텐츠들은 시장 보다는 평단의 평가에 집중해왔다. 투자의 부재,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지형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저예산으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구책이었다. 그 와중에 부산 작품들은 꾸준히 평가받아 왔다. 올해만 보더라도 장편극영화에서 정지혜 감독이 ‘정순’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경쟁부문 대상에 선정되고 이강욱 감독의 ‘검치호’가 부천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등 희소식을 전해왔다. 다큐멘터리는 김영조 김정근 김지곤 박배일 오민욱 등의 작가들이 다년간 여러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새로운 창작자와 제작사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는 점은 수상보다 더 큰 성과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산 콘텐츠는 다양해지고 있는 중이다. 평단의 평가를 주시하던 창작자와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하는 제작사가 공존하게 되었다. 시장의 잣대로 보자면 아직 아쉬운 성적표지만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의미 있는 약진이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도시’를 표방해 온 부산의 콘텐츠 산업 저변은 나쁘지 않다. 다수의 영화영상콘텐츠 관련 학과와 산학연계를 모색해 볼 수 있고 센텀 클러스터 안에 수많은 웹툰 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부산영상위원회가 부울경을 대상으로 올해 첫 실시한 스토리 공모전에는 131편의 작품이 응모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영화의도시 부산’은 티모시 살라메가 방문했던 영화제 도시, ‘블랙팬서’가 광안대교 위에서 곡예를 했던 촬영 도시였다. 때마침 다가온 K-콘텐츠의 시대, 또 다른 ‘영화의도시 부산’의 모습을 그려보며 오늘도 부산 콘텐츠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