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롯데그룹이 부산롯데타워 건립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시가 롯데 측에 부여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사용기간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6월 2일 시와 롯데 측은 ▷부산롯데타워 2025년까지 건립 노력 ▷시민 공모 통한 타워 명칭 선정 ▷타워 건립 과정·완공 후에도 지역업체 최우선 참여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전날인 1일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임시휴무였다. 시가 광복점의 임시사용 기간 마지막 날인 5월 31일까지 연장 승인을 내주지 않자 롯데 측이 자율(?) 휴무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2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 측은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등 그룹 임원이 총출동해 타워 건립 의지를 밝혔고, 시는 4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그 이후 흥미진진한 일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부산 시민의 목소리에 꿈적도 하지 않던 신 회장이 지난달 14일 대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시청사를 찾았다. 참석자의 말에 따르면 롯데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 진행된 신 회장과 박형준 시장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신 회장은 이날 박 시장에게 “시와 시민이 우려하지 않게 롯데타워를 차질 없이 건립하도록 하겠다”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가 임시사용 연장 승인 불허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롯데 측의 행태를 더 방치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롯데 측은 2010년부터 12년째 임시사용 형태로 광복점 영업을 하면서 롯데타워 건립에 소극적이었다. 광복점 폐점 카드는 그룹 회장을 움직일 정도로 파괴력이 컸던 셈이다. 롯데 측은 이달 말 시에 건축심의를 접수할 예정이다. 그룹 회장이 직접 의지를 밝혔고,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서 타워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롯데타워를 제대로 짓는 일이다. 일본 유명 건축가인 쿠마켄고 일본 도쿄대 교수가 디자인을 맡은 타워 외형은 바다와 인접한 부산의 역동성을 반영해 배에 부딪히는 파도를 형상화했다. 타워 높이는 340m(67층)다. 완공하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와 해운대 엘시티 더샵 랜드마크타워(412m)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지난 6월 국제박람회기구(BIE)의 2030세계박람회 2차 경쟁프레젠테이션(PT)이 열린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최재철 BIE 의장은 에펠탑 건립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영화 ‘에펠’을 추천했다. 천재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은 1889년 파리의 세계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300m 높이의 탑 설계도를 제안했다. 그는 연인 아드리엔(Adriaen)을 잊지 못해 그녀의 이름 첫 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알파벳 ‘A’ 형태의 에펠탑을 설계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광객이 에펠탑을 바라 보며 사랑을 나누고 추억을 남긴다. 최 의장은 “엑스포의 상징 에펠탑에 담긴 러브스토리는 에펠탑을 명소로 만들었다. 한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는 그 만큼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타워가 들어서는 옛 부산시청사는 2000년 철거 전까지 무려 62년의 부산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1936년 4월 1일 부산부청사로 문을 연 이래 시청이 연제구 연산동으로 이전하기까지 62년간 부산의 심장이었다. 1945년 9월 태평양전쟁 이후 부산에 주둔한 미군이 미군정 청사로 3년간 사용했고, 한국전쟁 때인 1950년 8월 18일 부산이 임시수도로 결정된 뒤에는 1953년까지 문교부 등 정부부처가 사용하기도 했다.
에펠의 사랑과 대한민국 부산 62년 영욕의 역사. 시민은 롯데타워에 담긴 스토리를 에펠의 사랑보다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내년 11월 파리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가 부산으로 결정된다면 롯데타워는 에펠탑이 그랬던 것처럼 부산엑스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될 수 있다. 이달 중순 타워 명칭 공모전이 열린다. 건축물의 이름은 그 건축물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타워의 이름이 벌써 궁금하다.
장호정 메가시티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