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경매품은 친애하는 엘리 양의 개인 데이터입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소녀 ‘엘리’의 쇼핑, 인터넷 이용 기록 등이 경매물건으로 속속 올라온다. 시시콜콜한 개인정보를 사겠다는 입찰자가 줄을 잇는 것에 황당해하던 소녀는 스마트폰의 개인정보 차단 기능을 누르며 그 수상한 경매 현장을 지워버린다. 애플이 아이폰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 영상 내용이다. 최근 메타가 한국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에게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요구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준 영상이다. 애플의 백서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에 따르면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가 수집된 이후 편집·공유 등을 거쳐 실시간 경매에 오르는 과정에서 업계는 연간 2270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다.
메타는 이용자들이 개인정보와 위치 정보, 친구 목록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다음 달 9일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게시글과 댓글은 물론 단말기 유형과 IP주소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면서 이를 광고주 등 제3자와 공유하는 것에도 동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메타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려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개인정보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 논란도 뜨겁다. 구글은 인앱결제 방식을 의무화하며 외부결제용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정책 시행으로 올해 비게임 콘텐츠 개발사가 구글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종전의 배인 8331억 원으로 추산된다.
메타와 구글 외에도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는 초창기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독점구조를 형성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편리하고 새로운 서비스에 젖은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문제 등 빅테크의 이면에 숨어 있는 문제를 간과하게 됐다. 일상을 점령한 빅테크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다. 그러나 미국의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가 최근 14개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디지털 인권보호 지수를 평가했더니 14개 기업 모두 100점 만점에 낙제점인 60점 미만을 받았다. 빅테크가 디지털 인권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이 빅테크 규제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태경 서울본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