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시작되면 우리나라 연근해어업의 어선 대부분은 길었던 자율휴어기를 끝마치고 새로운 어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치솟는 기름값에 출어를 포기하는 어선이 계속 늘어나 부두에는 수많은 어선이 여전히 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어업인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조업을 나갈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조업을 포기해야 할지 깊은 고민 속에서 한숨만 내쉬는 처지다.
그러나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어업경비 대비 어가를 보면, 조업을 나가면 선주는 적자이지만 계속 배를 묶어두면 선원들의 생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더는 출어를 늦출 수 없는 여건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여파로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뛴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유가 동향을 살펴보면 어업인 면세유는 불과 2년 전 1드럼에 10만 원도 되지 않았으나, 최근 30만 원 정도로 2020년보다 3배 이상 급등했다.
유가 상승은 연근해 어업인에게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온다. 연근해 어업의 경우 조업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용이 유류비로, 전체 경비의 30~50%일 정도로 인건비와 더불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업의 특성상 조업을 나가더라도 허탕 치고 돌아올 수 있는 불확실성과 더불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국제정세에 따라 움직이는 유가를 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업인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 극한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달부터 해양수산부가 고유가로 인한 어업경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어업용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사업’을 시행했다. 이로써 어업인의 부담이 소폭 완화되긴 했으나 7월에 추가로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보조금 한도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현재 시행되는 ‘유가연동보조사업’은 리터당 1100원을 기준으로 이를 넘어서는 유가의 50%를 지원하되 보조금의 상한선은 리터당 112.5원이다. 즉 드럼당 22만 원을 기준으로 26만5000원까지는 50%의 유가연동보조금이 지급되며, 상한액은 1드럼당 2만2500원이다. 지난달 면세유 가격은 드럼당 약 26만 원이었으나 7월부터는 드럼당 3만 원이 훌쩍 뛰어넘은 29만 원을 초과하고 있으므로, 26만5000원 초과분은 전부 어업인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지자체도 인지해 일부 지역에서는 어업인 면세유 보조를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 논의 단계이거나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연근해어업 생산량을 차지하는 부산의 경우 대형어선 세력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 시·도에 비해 어선어업 예산이 적게 편성돼 어업인 유류비 지원 정책이 가시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부산은 국내 최대 산지의 품격에 맞게 어업인을 위한 정책을 선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근해어업을 홀대·외면해 어업인이 고스란히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연근해어업의 조업에 문제가 생기면 부산 수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부산공동어시장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등은 물론이고 가공업체, 중도매인과 기타 전후방산업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지역경제에도 큰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선원 고령화, 어선 노후화, 어촌 소멸 등 여러 악순환에 이르렀기에, 우리 수산업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제 조업을 나갈 기름조차 실을 수 없을 정도로 어업이 어려워진다면 머지않아 모든 어업인이 평생을 바쳐온 업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각 지자체와 여러 유관기관은 소외된 어업인을 위한 지원책과 경비 부담을 완화해 줄 특단의 대책과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히 실행해야 할 것이다. 수산업은 대한민국 식량주권과 해양영토 확보 등 궁극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산업이다. 더는 어업인을 외면하지 말고 반드시 지혜롭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