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 음식 취재를 위해 일본을 뻔질나게 다니던 시절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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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 직전의 곡성 멜론. 네트가 굵고 촘촘하다. |
유명 백화점 식품관에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냉장고에 진열된 머스크멜론을 발견했다. 멜론 한 통의 가격은 2만 엔과 3만 엔. 당시 환율로 20만 원과 30만 원이었다. 대체 어떤 멜론이길래 한 통에 수십만 원에 판매되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쉽게 도전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몇 번을 벼른 끝에 20만 원짜리 멜론 한 통을 구매했다.
멜론에 딱 맞는 크기로 제작된 나무상자에 담고 고운 보자기에 싸서 주었다. 당장 호텔로 달려가 지인과 멜론을 썰었다. 이에 닿는 순간 눈 녹듯 무너지는 부드러운 식감, 주스처럼 입속에 가득 고이는 풍부한 과즙, 어깨가 절로 움츠러드는 달콤함, 그리고 마지막에 은은하게 남는 머스크향. 결국 이듬해에 그 멜론을 재배한 시즈오카현의 농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0년 전 일본에서 경험했던 충격적인 멜론을 다시 만난 곳은 전라남도 곡성군이었다.
곡성군의 멜론은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생산한 멜론의 80~90% 정도에 이르는 맛과 품질을 구현하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곡성군은 전남에서 가장 많은 멜론을 생산한다. 우리나라 전체 여름 멜론 생산량의 15, 16%가 곡성에서 출하된다. 덕분에 곡성에서 멜론은 꽤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작물이다. 수익은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며 자신감의 원천이다.
곡성군 멜론 산업의 중심지인 곡성읍 대평리에 가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서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온통 멜론이 모티브다. 멜론의 고장다운 정체성이 분명했다. 뭐든 분명한 목적을 갖고 전념하면 실력이 느는 법. 정부의 지원금이나 받아 내려고 하는 일과 진심으로 작정하고 덤비는 일은, 한눈에 격차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곡성은 멜론에 정말 진심이다.
일본에서 한 통에 2만, 3만 엔에 팔리는 멜론은 재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보통 한 덩굴에는 12~18개의 멜론이 달린다. 이걸 주렁주렁 다 키우면 고만고만한 멜론이 된다.
멜론이 아직 작은 열매일 때, 될 놈 한 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버린다. 그럼 십여 개의 멜론이 나눠가질 영양분이 한 놈에게 집중된다. 열 명이 넘는 형제의 목숨을 밟고 살아남은 녀석이니 맛이 없을 수 없다. 곡성의 멜론도 이 방식으로 키운다. 그래서 맛있다.
지금은 멜론의 수확 적기다. 가장 맛있는 멜론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시기다. 과일은 이럴 때 먹어야 한다. 좋은 멜론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T자로 자른 꼭지가 신선해야 한다든지, 네트(그물무늬)가 촘촘하고 두꺼워야 한다든지, 꼭지 부분까지 코르크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든지. 하지만 소비자가 이걸 일일이 따져서 구매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온라인으로 맛있는 멜론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된다.
첫째 개인 판매자든 생산자 조합이든 ‘곡성 멜론’ 판매 사이트를 찾으시라. 둘째 한 통에 2㎏짜리 멜론을 구매하시라. 출하되는 멜론 한 통의 무게는 1.5~3㎏ 정도인데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맛이 비거나 육질이 무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산 현지에서는 2㎏ 내외의 멜론을 최상품으로 친다. 모쪼록 올여름에는 ‘곡성멜론’ 꼭 한번 맛보시길 권한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