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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7-14 19:38:2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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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엽 조선을 무력으로 점령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내세운 일본 우익의 사상적 지주 요시다 쇼인, 1895년 민비를 시해한 을미사변의 기획자 이노우에 가오루,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 2대 조선 통감 소네 아라스케,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2대 조선 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의 일본 총리 사토 에이사쿠, 최근 피습당해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 한국에 대한 망언을 일삼는 유니클로 창업자. 이들은 모두 같은 지역 출신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의 출신 지역은 부산시의 자매 도시로 부산과 페리로 연결되는 일본 시노모세키시와 그 부근이다. 아베 전 총리, 그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작은 외할아버지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등 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유력 정치인들의 선거구였다.

지금은 야마구치현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옛 이름은 죠슈번이다. 규슈에 인접해 있어 일본 본토보다는 대체로 규슈권으로 분류된다. 일본 본토에 비하면 작고 외진 곳이지만 2020년까지 역대 일본 총리의 20%, 총리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40%가 이곳 출신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끌려간 도공들은 규슈 지역에 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만든 도자기는 17, 18세기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도자기 판매 재원으로 죠슈번과 아리타가 있는 사쓰마번은 최신 군함과 대포를 사들여 메이지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에도막부를 타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다.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가 몇백 년 뒤 조선 침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일본의 국력 격차는 대체로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학계는 본다.

해방 이후에도 이 같은 국력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6·25 전쟁으로 한국이 피를 흘리는 사이 일본은 경제 부흥에 성공했다. “한국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다”는 당시 요시다 총리의 말이 남아 있을 정도이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 경축사절 대표인 오노 반보쿠 자민당 부총채는 “나와 박정희 대통령의 관계는 부자지간과 같은 것이어서 아들의 경사스러운 날에 아버지가 가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랬던 한국이, 일본 부품 없으면 한국 경제는 망한다고 ‘가마우지 경제’라고 낮춰 보던 한국이, OECD의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인 2017년부터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추월한다. 한때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 20개 가운데 16개가 일본기업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30위권 이내에 단 하나도 없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것이다.

2012년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그의 집권 기간 연평균 실질경제성장률은 0.98%였다. 나랏빚은 갓난아이부터 100살 할머니까지 모두가 1억 원씩 갚아야 할 정도로 늘었다. 2021년 전체 예산 41%는 세입 대신 국채를 발행해 조달했는데 그렇게 발행한 예산의 22.3%는 다시 국채를 갚는 데 사용될 정도다. 빚을 내어 빚을 갚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세상에서는 어떨까? 1차 산업혁명의 연료가 석탄, 2차가 석유였다면 4차 산업혁명의 연료는 바로 데이터다. 빅데이터 수집은 스마트폰 TV 냉장고 에어컨 자동차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국은 그 가운데 가전제품 시장은 1위, 스마트폰은 2위, 자동차는 5위권이다. 일본의 가전제품은 예전과 달리 갈라파고스섬같이 일본 열도 내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 능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격차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다음으로 5위권 이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한국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동의만 받으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세상으로 갈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 일본과 디지털 한국의 차이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2020년 5월 2주 만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끝냈지만 일본은 2달이나 걸렸다. 코로나 백신 접종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한국의 스퍼트, 나는 그것이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의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종류에 대해 수출규제를 한 숨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임진왜란 이후 처음 국력 역전이 시작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는 비록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을 둘러싼 ‘과거’가 빌미가 된 ‘현재’의 갈등이지만 실제는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쟁은 일본 언론의 지적처럼 ‘어리석음의 극치’였고 한국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도 못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피살은 조선의 식민지화를 가속화시켰다.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어떨까? 그의 평생 과업은 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서의 전쟁은 일본 국토 밖에서의 전쟁을 의미한다. 그는 어느 나라를 그 전쟁의 일차적 대상으로 생각했을까?

김석환 부산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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