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1월 전망치(4.1%)보다 1.2% 포인트 하락했다. WB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 공급망 교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성장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WB는 특히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세계경제 성장속도가 2.7% 포인트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1976~79년 ‘오일쇼크’ 때 침체 정도의 배를 넘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오일쇼크 수준을 뛰어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외수(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지닌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어 걱정이 태산 같다.
우리 정부도 이달 중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대에서 2% 중후반대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2.5%로 하향조정한 것을 비롯해 국회예산정책처 2.6%, 한국은행 2.7%, 한국개발연구원 2.8%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일제히 적신호를 보냈다. WB가 내다본 선진국의 올해 경제성장률(2.6%)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이 역대 최하인 2%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더 걱정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3%인데, 중국의 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할 경우 우리 수출량이 0.35% 포인트 감소한다.
반면 물가와 금리는 급등 추세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4%대로 치솟으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가 1.75%로 껑충 뛴 상태다. 물가는 6%대 상승이 점쳐지고, 기준금리도 올 연말까지 세 차례 더 오를 전망이다. 수입이 줄어드는 데다 이자 부담까지 증가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 부담이 3조4000억 원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 기업 등 민간부채는 사상 최대인 4540조 원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4.3%로, 세계 36개 주요국 중 최고다. GDP 대비 기업부채비율은 116.8%다. 돈 버는 속도보다 부채 느는 속도가 더 빨라 빚을 갚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가계와 기업의 부채 상환 불능에 따른 금융 등 경제 전반의 연쇄 부실이 우려된다.
부채 상환 불능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출만기 연장, 이자 납부 유예 등 코로나19 사태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취약계층의 파산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WB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을 권장했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나 변동금리 대출을 저리의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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