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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메가시티 위협하는 지방선거 변수

일부 지자체 후보들 특정지역 흡수 우려

균형발전 최선 해법, 광역연합 조성 반대…탈수도권 무산 위기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5-23 18:52:0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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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자유를 먹고 자란다. ‘도시의 공기가 자유를 만든다’는 중세 유럽의 격언이 이를 상징한다. 도시로 온 농노는 1년이 지나면 자유로운 시민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도시의 자유는 명예혁명과 프랑스혁명 등을 거쳐 시민의 기본권으로 확립됐다. 정치적 자유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동반한다. 자본가와 임금노동자를 주축으로 한 자본주의 문명은 그렇게 도시의 자유 속에서 탄생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도시는 새로운 자유를 꿈꾼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짓눌려 사멸해가는 지방의 균형발전 자유다. 그 자유는 수도권에 종속되지 않는 지방도시들의 자립적 경제공동체인 ‘메가시티(초광역도시)’ 로 표출됐다. 정부 지원 위주에서 자생 구조 구축으로 문제 해결 방식을 혁신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시도한 지방 회생 모델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가시티 조성을 통한 지방 회생 추구는 세계 보편적 추세다. 우리나라 못지 않은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 영국의 ‘맨체스터 지방연합’, 프랑스의 ‘메트로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엔은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같은 기간 인구 500만~100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는 48개에서 66개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달 19일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출범했다.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국내 첫 행정기관이다. 부울경특별연합의 사명은 막중하다. 인사·조직권과 조례·규칙 제정권을 갖고, 별도의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구성해 독립적 의사 결정을 한다. 지자체에서 이관받은 18개 사무와 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위임받은 3개 사무를 처리한다. 광역교통망을 구축해 부울경을 1시간 생활권으로 좁히고, 그 기반 위에서 조선·자동차·항공, 수소경제 등 수도권과 차별화된 산업을 육성한다. 내년 1월 업무가 시작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메가시티의 공기는 지방민의 자유를 만든다’는 격언이 생길 법하다.

그런 역사적 사업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단돼 버렸다. 부울경특별연합 청사 소재지 선정, 인력과 예산 확보 등 모든 준비 작업이 멈춰섰다. 울산·경남지역 일부 지자체 단체장 후보는 아예 메가시티 조성에 반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는 “부울경특별연합으로 인해 울산이 부산에 흡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신 울산·포항·경주를 아우르는 ‘신라경제권’ 형성을 주장한다.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는 “서부경남 등 소멸위기지역이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조규일 진주시장 후보도 같은 의견이다.

“메가시티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칫 정체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부울경특별연합 통합의회 합의는 경남도 부산시 울산시 민주당 광역의원만으로 구성된 추진단의 야합이다.” 일부 언론도 반대에 동조한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메가시티가 조성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울경특별연합 규약상 지자체장이 탈퇴를 결정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규약에는 ‘가입 및 탈퇴에 관해 지방자치법에 따른다’고 돼 있다. 지방자치법의 해당 규정은 ‘가입 또는 탈퇴 신청을 받은 특별지자체장은 의회의 동의를 받아 수용 여부를 결정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가입하거나 탈퇴하려는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가 울산시장과 경남지사에 당선되고, 의회도 다수가 국민의힘 후보로 구성되면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부울경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 등 전국 각 지역이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부울경특별연합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부울경의 메가시티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이들 지역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메가시티는 대도시 중심적 시각이라며 소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심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보기 힘들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보완해 메가시티의 제도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반대세력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없다.

최선의 해법은 ‘협치’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이자 메가시티 예찬론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에게 한 조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도시 경쟁력의 3대 요소는 기술(technology)과 인재(talent), 관용(tolerance)인데, 서울에는 사회적 관용이 부족하다”고 했다. 도시의 최대 난제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관용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부울경도 관용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관용 없인 협치는 불가능하다. ‘메가시티의 자유로운 공기’ 또한 생산할 수 없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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