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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철조망 십자가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22-05-22 19:35:4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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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3박자 경쾌한 춤곡인 왈츠는 낭만적 서정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 왈츠도 슬픈 음색을 띨 때가 있다.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중 7악장 왈츠 2번이 대표적이다. 남녀가 서로 안고 돌아가며 춤을 추지만 가슴 속에는 눈물이 흐르는 듯 분위기가 스산하다. 춤이 끝나면 헤어져야 하는,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의 아픔이 스며들어 있다. 냉전의 정서다. 2018년 개봉한 폴란드 영화 ‘콜드 워(cold war)’에는 냉전의 정서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선율을 타고 흐른다.

다시 냉전이다. 지난 16일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 발표는 이를 상징한다. 1990년 1월, 모스크바에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을 때 “냉전의 끝과 같은 맛”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맥도날드가 진출해 있는 나라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맥도날도 평화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랬던 맥도날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40년 냉전 끝에 찾아온 탈냉전의 봄이 30년 만에 막을 내리고 세계는 냉전의 겨울로 되돌아간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가 떠오른다.

한반도의 봄도 짧았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시작된 한반도의 봄은 2019년 2월 북한과 미국의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1년 만에 끝났다. 그리고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에서 악화된 관계가 다시금 확인됐다. 이날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했던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의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계승이 빠졌다. 대신 동·서·남해 등 한반도 주변 해상에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다는 ‘한미 연합연습의 정상화’ 합의가 담겼다.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했던 2018년 북미·남북의 화해 노력이 그립다. 앞서 북한도 전술핵무기 ‘선제공격’을 시사했다. 혹한의 겨울이 우려된다.

그래도 탈냉전과 평화의 꿈꾸기를 멈출 순 없다. 문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했다고 한다. 북미 대화를 재개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해 달라는 당부다. 내년이면 6·25전쟁을 휴전한 지 70년이 된다. 종전은커녕 냉전이 더 거세질 상황이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조망 십자가를 보며 한반도 주민과 세계 시민의 평화 염원을 헤아려야 한다. 세계 정세를 냉전으로 몰고 가면서 대화와 평화를 거론한다는 건 위선일 뿐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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