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너무 자주 본다며 내원한 환자의 배뇨기록지를 본다. 거의 매 시간마다 150㎖ 정도, 밤에도 자다가 몇 번을 보러 다닌다. 하루 종일 배뇨량은 3000㎖를 넘어간다. 일단 물 섭취량을 줄여보라 하니 대뜸 TV에서 하루 2ℓ는 마시고, 자기 전에도 한 잔 마셔야 몸이 깨끗해진다 하던데요?라고 반문한다. 그럼 나도 반문한다. 몸 건강하라고 물 많이 마셔서 하루 종일 화장실 들락거리고 밤에 잠도 못 자는데 그럼 그게 몸에 좋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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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기자 |
과민성 방광이나 전립선 질환 등 배뇨장애 환자를 진료하면서 수분섭취 습관을 매번 체크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하루 ‘2ℓ’나 하루 ‘8잔’에 집착하고 올바른 물 마시기 방법을 잘 몰라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 2ℓ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미국의학회에서는 하루 수분적정섭취량을 2~3ℓ를 제시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하루 수분 섭취량을 1.5~2ℓ로 권장한다. 문제는 이것이 하루 세 끼 식사와 커피 차 과일 등 간식, 그리고 따로 먹는 물을 모두 포함한 용량이다. 하루 3끼 식사만 적당히 한다면 식사만으로 하루 수분 섭취량의 20%를 섭취할 수 있다.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 과일 위주의 식단이라면 더 많은 수분을 섭취할 수 있다. ‘난 물 많이 안 마셔요’ 하는데 물어보면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드시는 분도 있다. 과일이나 채소는 대개 80~90%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고, 심지어 비쩍 말라 보이는 베이글도 33%의 수분이 들어있을 정도로 음식의 상당 부분은 물로 구성됐다. 그러니까 하루 세 끼 식사를 다 먹는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 1ℓ 정도, 여성이라면 하루 500~800㎖ 정도의 물을 추가 섭취하면 된다. 하지만 신장(콩팥) 질환,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과도하게 물을 섭취하면 몸이 붓는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비뇨의학적 질환에서는 요로결석이 있거나 재발하는 경우, 방광염이 재발하는 사례는 수분섭취량을 늘리도록 권유한다.
우리가 흔하게 마시는 음료를 보자. 탄산음료는 방광을 자극하고 요로결석의 원인이 된다. 결석이 생기면 맥주를 많이 마셔서 배출하겠다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 지나치게 마시면 거품의 주성분인 탄산가스와 맥주의 옥살레이트 성분 때문에 오히려 결석이 더 잘 만들어진다. 요즘 사람들이 물 대신 제일 잘 마시는 음료, 바로 커피이다. 커피는 카페인 성분이 방광을 자극해서 빈뇨 급박뇨를 유발하고, 이뇨 작용으로 배뇨장애 증상을 더 악화시키고 탈수를 유발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영업직인 환자 한 분은 소변 참는 게 힘들고 자주 간다 하는데, 하루 10잔 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해서 깜작 놀란 적도 있다.
하루 얼마나 마셔야 하느냐 문제뿐만 아니라 물을 마시는 것도 다 방법이 따로 있다.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기보다 옆에 두고 한 두 모금씩 나눠서 조금씩 자주 섭취해야 한다. 요즘 날씨가 바로 더워지는데 차가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이 소화 및 근육 피로에도 좋고 방광도 자극하지 않는다.
운동이나 야외활동 때는 갈증이 오기 전에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 직전이나 도중에 마시는 물은 위의 소화액을 희석해 소화기능을 떨어뜨리거나, 포만감을 주어 식사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삼시세끼 식사 사이에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지 여부는 간단히 소변 색으로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소변 색이 연한 노란색을 띤다면 충분히 물을 마시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거의 물 같다면 수분이 과다한 것, 농축 사과주스처럼 짙은 노란색에서 주황색을 띤다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물이라고 해서 물로 보지 말고 똑똑하게 마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