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물론 팀 승리는 타자의 공격력과 야수의 견고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결국 야구는 ‘타자놀음, 야수놀음’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있다. 야구를 보는 시각에 따라 드러난 판단의 차이일 뿐이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공을 시원스럽게 뿌려대는 투수와 몸을 사리지 않는 야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한다. 그래도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지닌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이다.
1982년 모두 6개 팀으로 시작한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몰이는 투수 박철순(OB 베어스)이 이끌었다. 당시 국가대표 4번 타자 김용희(롯데 자이언츠)와 부산 동광초등학교 동창이었던 박철순은 1982년 4월 10일 해태전에서부터 9월 18일 롯데전까지 161일간 30게임에 등판해 22연승의 성과를 일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연승 세계신기록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듬 해 등장한 투수 장명부(삼미 슈퍼스타즈)의 활약상은 경이롭다. 장명부는 평소엔 설렁설렁 공을 던졌는데, 위기 상황에서는 전력을 다했다. 능수능란한 완급 조절로 타자를 압도한 그는 시즌 30승이라는 믿기지 않을 기록을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 라이벌 명승부는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과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의 선발 맞대결이 꼽힌다. 이 두 투수는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을 정해주면 그곳으로 공을 던지는 듯 타자를 압도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최동원과 선동열은 1987년 5월 16일 사직야구장에서 펼친 맞대결에서 연장 15회까지 가고도 2-2로 승부를 못 냈다. 이날 두 투수의 투구 수는 최동원 209개, 선동열 232개로 각각 집계됐다. 양 팀의 승패 이전에 대한민국 최고 투수 간의 모든 것을 건 자존심 대결인 데다 팬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투수였기 때문에 감독들은 중간 교체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이 예년보다 확대된다는 소식이다. ‘투고타저’에서 ‘타고투저’ 형태로 전환된 KBO 리그의 떨어진 경쟁력과 팬들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처다. 대형 투수를 단시간 내에 키워내기 어려운 실정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종전보다 많이 넓혀 투수와 타자들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자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국제대회 스트라이크 존에 국내 타자들이 적응하지 못한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하는데, 어찌 됐든 한국 프로야구가 재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