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다시 듣고 싶은 장인의 북소리

  • 김지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
  •  |   입력 : 2021-11-23 18:47:5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북은 짐승의 가죽을 울려 소리를 내는 악기로 신화적인 상징성을 가진다. 영험하고 신성한 상징성을 지녀 집집마다 액은 물리고 복을 빌어주는 법고돌림의 의식에서 북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쟁에서도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필수품이었다.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데도 북이 사용됐다. 조선시대 신문고(申聞鼓)다. 북은 사용하는 곳과 듣는 사람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제례악 국가의례 연향 군악 굿판에 사용하는 북 절북 농악북 소리북 등등. 그 장중한 북의 울림은 인간에게 신비감을 준다.
   
이정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울림의 탄생’의 한 장면. 임선빈(오른쪽) 명인과 아들 동국 씨가 대북을 만들고 있다. 씨네소파 제공
필자는 지난달 개봉한 ‘울림의 탄생’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GV(Guest Visit)에 참석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북 메우기) 임선빈 명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삶이 곧 예술이며, 최고의 북소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선천성 소아마비와 청각장애를 앓는 그는 60년 동안 오로지 북을 만들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생계를 위해 작품이 아닌 상품을 주문받고 만드는 일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겠다는 이정준 감독이 찾아오면서 일생의 숙원이었던 대북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11살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따라 평생 간직했던 꿈의 실현 과정이 영화에서 펼쳐졌다. 아름답기만 할 것 같은 대북의 제작과정은 북의 가죽 처리에서부터 북통 제작, 가죽 씌우기, 단청 채색까지 어렵고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다. 가죽을 못으로 고정한 뒤 북통 위에 올라가 발로 밟아 늘인 다음 다시 조여 못질하는 고된 과정을 거친다. 이후 다시 손가락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오는 진동을 느끼는 마지막 북 조이는 과정은 오로지 명인의 감각으로만 가능하리라.

영화를 보는 내내 명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혹독하다고 느꼈다. 나라가 인정하는 장인임에도 작품보다는 상품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 북의 정성과 가치보다는 단가를 낮춰 싸게 사려는 야속한 사람 속에서 전수조교로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아들 동국 씨의 안타까운 마음이 영화에 녹아 있다. 그동안 명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북, 청와대 춘추관과 통일전망대에 설치한 북 등 많은 제작에 참여했지만 평생 숙원이었던 대북을 협업이 아닌 단독으로 제작, 2018년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스타디움을 크고 깊은 북소리로 울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 북을 공익을 위해 기꺼이 기증한 임선빈 명인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평창패럴림픽 측은 개막식 팸플릿에 임 명인의 이름을 넣어주기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고, 개막식 현장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부자는 섭섭함을 감추고 담담하게 돌아서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이 내린다.

   
영화가 끝난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임 명인 평생의 역작인 대북을 직접 보고 싶다는 관객 질문이 가장 많았다. 감독은 “그 북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다. 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소리연구회 소리숲대표·음악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3. 3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4. 4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7. 7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10. 10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8. 8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9. 9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10. 10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 1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2. 2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3. 3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속보] 포스코 노사, 3차 파업 앞두고 잠정 합의... 기본급 2.6% 인상키로
  9. 9‘국힘 397억 원’ 달린 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생중계
  10. 10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1. 1“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