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8월 7일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적어 보냈다고 한다. 박수현 청와대 소통수석이 최근 페이스북에 공개한 내용이다. 이처럼 임홍택이 쓴 ‘90년생이 온다(웨일북)’는 기성세대에게 필독서가 됐다. 1980년대 이전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1990년대 이후 세대는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이들은 이른바 ‘꼰대’ 조직을 반대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우선이다. 일에서도 삶에서도 새로운 패턴을 보인다.
기존 세대와 확연히 다른 이들 90년대생은 어느덧 우리 사회 주축이 된 MZ세대로 분류된다. 이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총괄한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기존 30, 40대와 전혀 다른 세대 특성을 가지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을 좋아하고 즐기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이들 MZ세대에 맞추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으나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삼성전자는 창사 52년만에 처음으로 노사 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경쟁사보다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전 직원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 코로나19 격려금 350만 원 및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물론 회사 측이 난색을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MZ세대 구성원으로 이뤄진 협의체 ‘섀도 커미티(Shadow Committee)’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축이 이들 세대로 옮겨가면서 MZ세대 CEO가 선임되고 있다. 네이버는 새 사령탑에 81년생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임명했다. 67년생 한성숙 대표에 이어 여성이 잇따라 CEO를 맡게 됐지만 그가 41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세대 교체다. 시총 66조 원으로 국내 3위인 거대기업을 MZ세대가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서울대 공대를 나와 2005년 NHN(현 네이버)에 입사했다. 16년 만에 최고자리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가 젊은 리더십을 선택한 핵심 기준은 글로벌 사업이다. MZ세대에다 워킹맘으로 알려진 CEO가 네이버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혁신과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은정 논설위원 ejlee@kookje.co.kr